브랜드디자이너의 누데이크 분석
#감각채집6
오로지 케이크 하나를 사기 위해 서울에 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처음 그 비주얼을 SNS에서 봤을 때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F&B 브랜드가 맞나?' 어쩌면 누군가는 머릿속으로 상상해봤을지도 모르지만 그 상상을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다니. 지금이야 젤리 케이크나 컨셉추얼한 디저트들이 익숙해졌지만 당시엔 정말 보기 드문 시도였고,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상상 속에 머물렀을 비주얼을 현실로 구현한 브랜드.
누데이크는 젠틀몬스터의 모회사 아이아이컴바인드에서 선보인 F&B 브랜드로, 기존 디저트 씬에 없던 감각과 세계관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선글라스를 만들던 회사에서 케이크를 판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New’, ‘Different’, ‘Cake’라는 세 가지 단어를 조합해 만들어진 네이밍은 말 그대로 새로운 감각의 디저트 브랜드를 선언한다.
시작은 젠틀몬스터 내부의 실험적인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아이웨어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관을 구현할 수 있는 퓨처 리테일 콘텐츠를 고민하던 과정에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야 공간에 머문다’는 가설과 ‘브랜드의 미학을 직접 먹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누데이크가 탄생했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하우스 도산(Haus Dosan)’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는 누데이크 성수, 누데이크 신사 등으로 확장하며 디저트 브랜드 이상의 감각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누데이크의 로고는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인상을 준다. 중앙에 응축된 영문 텍스트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듯 배치되어 있다. 완벽히 정렬되지 않은 이 구성이 오히려 절제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를 하나로 감싸는 원형 테두리는 마치 디저트를 담아낸 그릇처럼 보이기도 한다. 컬러 팔레트는 흰색과 검정 등 모노톤 중심으로 구성되며 전체적으로 절제된 모던함을 유지한다.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디저트를 다루지만, 시각 언어만큼은 정제된 방향을 택했다. 색과 형태의 균형을 통해 콘텐츠와 디자인 사이의 섬세한 조율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누데이크는 단순히 디저트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슬로건인 ‘Make New Fantasy, Dessert of your dreams’처럼,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한다. 관념을 깨는 과감한 비주얼, 훌륭한 맛, 그리고 시각 예술을 접목한 독창적인 메뉴들은 단순한 ‘먹는 즐거움’을 넘어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누데이크는 디저트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패션과 아트를 녹여낸 이질적이고 낯선 디저트는 보는 순간부터 먹는 순간까지 브랜드의 세계관을 체험하게 만든다. “디저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품 그 자체”라는 신념 아래 공간과 메뉴를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맛의 미학’을 구체화해왔다.
누데이크가 꿈꾸는 방향은 단순하다. 단순히 잘 만든 디저트가 아닌 '위대한 디저트 베이커리'. 미각, 시각, 감각의 경계를 허물며, 누군가의 꿈 한 조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 그것이 누데이크가 말하는 새로운 판타지다.
누데이크 팀은 제과·제빵부터 순수미술, 공간, 패션, 그래픽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디저트를 개발하는 데에도 서로 다른 분야에서 나온 영감이 모여든다. @nudake_studio 계정을 통해 독특한 작업 과정들을 엿볼 수 있다.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누데이크 콘텐츠팀은 이미지를 기획할 때 필요한 아이디어를 팀 전체가 함께 맞대고 고민한다고한다.
김한국 대표가 자주 강조하는 세 가지 키워드인 ‘크리에이티브’,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 ‘세련된 미’는 팀원 모두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영감의 출처는 어제 본 영화, 유튜브 영상, 혹은 하나의 밈(meme)처럼 사소한 것도 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주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유형에 상관없이 수집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팀은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고한다. 이미 존재하는 레퍼런스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디어는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과감히 배제할 것. 누데이크의 창작은 ‘이미 본 것’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그것, 진짜 새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데이크 팀은 그렇게 끊임없이 감각을 갈고닦으며 오직 이 브랜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누데이크는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디자인과 독특한 맛으로 기존 디저트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택했다. 재떨이, 빗, 의자, 네일아트, 화분 등 일상 속 사물을 디저트로 재해석하며, 실험적인 베이킹을 과감히 시도하고 있다. 특히 시그니처인 ‘피크(Peak) 케이크’는 출시 당시 SNS를 중심으로 한동안 큰 화제를 모았다. 검은 화산이 터지듯 말차 크림이 흘러내리는 비주얼, 블랙&화이트 중심의 강렬한 컬러감, 케이크를 뜯어 찍어 먹는 방식까지 모두 새로웠다. 당시 공개된 홍보 영상은 초록색 마그마가 분출되는 뉴스 화면, 엉뚱한 염소의 등장, 유니크한 모델의 연출 등으로 ‘광고’라기보다 하나의 콘텐츠처럼 주목을 받았다.
누데이크는 가격이 아닌 개성과 비주얼로 승부하는 브랜드다. 높은 가격대와 ‘가성비’ 기준에서 다소 벗어난 포지셔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누데이크의 디저트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맛이다. 비주얼에 가려 평가절하되기 쉬운 지점이지만 누데이크는 수많은 테스트와 시도를 거쳐 ‘가장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한 집요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검색을 해보면 이후 출시된 메뉴들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피크 케이크를 직접 맛봤을 때 예상외로 너무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결국 누데이크가 보여주는 건 ‘맛있는 디저트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설득력이다.
누데이크가 제안하는 판타지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공간에 들어서는 것이다. 누데이크의 매장은 단순히 디저트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디저트를 위한 미술관처럼 전시된 감각의 집합체다. 냉장 쇼케이스 대신 테이블 위에 예술작품처럼 놓인 케이크들. 가구, 미디어 영상, 설치 미술 등 전위적인 연출은 공간 전체를 디저트라는 매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시각, 공간, 미각이 어우러지는 경험은, 단순히 케이크를 ‘먹는다’는 행위를 ‘브랜드를 감각한다’는 방식으로 확장시킨다. 누데이크의 공간은 시각적 아름다움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모든 오감의 과정이 브랜드의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는 장치가 된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디저트를 넘어서 누데이크가 말하는 '새로운 판타지'에 닿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엔 늘 하나의 기준이 있다. “제품, 그 자체가 콘텐츠다.” 라는 하예진 파트장님의 인터뷰 속 말처럼 누데이크는 언제나 제품을 최우선에 둔다. 매장 경험 역시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맛있는 제품을 가장 완벽하게 전달하기 위한 무대’로 설계된다. 누데이크는 공간을 통해 말한다. 좋은 제품은, 제대로 경험되어야 한다고. 앞으로도 이들은 고객이 직접 보고, 맛보고, 머무는 그 순간까지 설계하며 ‘먹는 경험’의 미학을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구현해 나갈 것이다.
이들은 디저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상상’을 현실로 끌어오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간다. 가장 최근 진행했던 제니 x 누데이크 ‘Nudake♡Jennie’ 프로젝트부터,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한 ‘퍼포즈(Purpose) 케이크’, 뉴진스와 함께한 ‘OMG! NU+JEANS’, ‘탄생’이라는 테마를 담은 ‘벌스(Birth)’ 케이크, 세계 동물의 날을 위한 스페셜 케이크까지. 누데이크는 매 시즌 브랜드의 감각과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를 통해 독보적인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피크닉(Picnic)’ 케이크 프로젝트였다. 잡곡빵 바구니에 크림치즈와 제철 청포도, 적포도를 올린 타르트 케이크다. 처음 이 케이크를 마주했던 건,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포스터였는데, 피크닉 바구니 형태의 케이크와 초록 배경 위 상의를 탈의한 흑인 모델. 모든 것이 생경했지만 동시에 매혹적이었다. 너무 강렬해서 한참을 서서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재미있었던 건 이 프로젝트의 광고도 단순한 홍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쳐버린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결국 다름이 완성하는 조화로움을 깨닫고 서울로 돌아오는 다큐멘터리 같은 광고’. 설정부터 연출까지 모든 것이 진심이었고, 유쾌했다. 또한 제품 속 양초의 배치나 재료 활용 방식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피크닉 케이크 콘테스트’를 연 것도 흥미로웠다.
디저트를 가지고 노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위에 이야기와 감각을 얹어내는 능력이 인상 깊었다.
이런 프로젝트들을 통해 누데이크는 말한다. 디저트는 단순히 맛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상상에 불을 붙이고 세상과 다른 감각을 주는 것이라고. 누데이크는 그렇게 매 시즌 맛과 시각 그리고 상상 사이의 가장 재밌는 교차점을 만들어간다.
"100명이 50프로를 즐기고가는 것보다, 50명이 100프로를 즐기고 갈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다."
누데이크 하예진
시대를 앞서는 감각은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있다. 누데이크는 자신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이미지를 주저 없이 제시하고 그 감각을 누구보다 유연하고 능숙하게 현실에 구현해낸다. 그들의 실험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다음 시대의 감각을 미리 살아보는 경험이 된다. 매장에서 마주하는 하나의 케이크, 한 컷의 비주얼, 한 조각의 상상 속에 늘 새로움을 담아낸다.
끝없는 놀라움과 생경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며 누데이크는 여전히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당신의 판타지는 어쩌면 이미 여기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참고 : https://www.longblack.co/note/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