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창준 Mar 23. 2023

아카시아 아닌

나는 아카시아가 아니라서, 아카시아     

나는 당신을 닮았지만 결국은

당신이 아니므로, 아카시아     


  당신은 사막에 있다고 했다, 무수한 개미가 끓어오르는 당신의 몸은 크고 단단해서 들소의 뿔처럼 단단한 가시를 몸에 두르고 사막의 메마른 노을을 호명하며 당당하게 초원을 노래하며 밤을 맞는다고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이국적 이름과 낯선 생김새를 가진 동물들의 나라, 차라리 내 이름이 캥거루였다면 아류의 계보에라도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까.     


  검고 끈끈한 밤들이 다가올 때마다 하얗게 질려 꽃물만 연신 흘려보내는 나는, 흰 손 같은 어지럽고 연약한 향기만 바람의 결을 따라 흘려보내지, 주먹을 쥘 때마다 팔뚝의 굵은 힘줄이 꿈틀거리는 사내, 건기처럼 단단하던 사내, 지금의 내 여자가 한때 온전히 삶을 기대도 흔들림이 없던 굳건한 뿌리의 사내, 뜨거운 오후의 적막 속에 더 빛난다던,     


  내 여자가 내게 기대 부르던 이름의 주인, 당신     


  햇볕을 피해 가느다란 다리로 비탈에 선 채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다가 나는 자주 편두통으로 앓아눕곤 했다. 온난한 기후만을 틈타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나는 당신의 가장 먼 쪽에서 바람을 틈타 존재를 알린다. 비리고 억센 밤꽃 향기가 피어나기 전 장마 속에 서둘러 꽃을 접는 나를, 여자들은 당신의 이름을 붙여 부르다 가곤 했다.     

아카시아.          


●아카시아의 학명 ‘Pseudoacacia’는 아카시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전 04화 약속은 감자를 닮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