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의 날개를 뺏는 대신 비극적 전설을 달아 준 자로 인해 낙타는 안락한 곳을 밟지 못하고 파미르의 흙먼지 속에서 고단을 덮고 잠들었을 것이다. 폴리에스테르가 있었다면 낙타의 속눈썹도, 누에의 전설도 없었으리.
그러나 이곳에서는 종종 낙타처럼 단단해진 혓바닥을 굴리며 쐐기풀 같은 일들을 삼켜야 한다. 고원의 차고 건조한 밤들은 어쩐지 오늘과 닮아서, 유목민처럼 죽은 낙타의 너클본을 굴리며 별자리를 더듬거리며 새로 배운 주술을 떠올린다. 폴리에스테르. 폴리에스테르라고 중얼거리면 닿을 것 같은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비단을 짜야 하는 내일.
오늘 밤,
폴리에스테르가 실크로드를 없앴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너클본(Knucklebones): 양의 발목뼈로 만든 고대의 주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