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136-내가 나를 본다.
멍!
이프나 너 왜 높이 올라가서 다니냐?
야옹!
내가 높은데 있으면 온니가 잘 보이잖아.
멍!
나는 나를 못 보는데, 너는 나를 보네.
아구구 캬캬캬.
나도 너를 높은 곳에서 보고 싶은데.
야옹!
온니가 나를 위에서 내려다봐서 뭐하게?
멍!
위에서 너를 내려다보면, 네가 다른 모습일 거 같아서 그러지.
네가 위에서 보는 나는 어때?
야옹!
미야우 끼끼끼
개 같이 보이지.
등이 길고, 하얗고, 꼬리와 몸이 붙어 있고, 머리는 작고... 늘씬해.
하하하
나도 나를 잘 못 봐.
사실은 내가 나를 보려면, 좀 멀리 떨어져서 봐야 잖아.
내가 나를 못 보는 이유는 내가 나이기 때문일 거야.
보려면 틈이 있어야 되는데, 나와 나는 완전 겹쳐있잖아.
거울 볼 때 코를 거울에 대고, 나를 보면 안보이더라고.
야옹!
당근이지.
나도 돌담 위를 빠르게 가면, 총총 온니 조차도 잘 못 봐.
멈추든지 아니면 좀 천천히 가야 볼 수 있어.
멍!
그러면...
돌담에서, 멈춰서, 좀 떨어져서 나를 봐봐.
어때?
야옹!
아니 총총 온니 내가 백날 봐봤자 뭐해?
하하하
내가 나를 볼 수 없으면, 남이 보는 나를 잘 숙고하고 받아들일 건 수용하면 된다고 했잖아.
친구가 "너는 술 취하면 울더라"말하면, 아 내가 그런가? 하고 친구 말을 받아들여야 성장하는 걸 거야.
돌담은 높은 곳이고, 빨리 움직이지 말고 제자리에서, 바짝 다가가지 말고 좀 멀리서 봐야 잘 보이는 거네.
뭘 보더라도 이렇게 봐야 잘 보이는 거잖아.
내가 나를 보려면 이렇게 해야 되나 봐.
야옹!
그렇긴 하지.
내가 나를 본다고 은근히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사실은 불가능해.
그냥 생각일 뿐이야.
......
총총 온니는 자신을 알고 싶은가 봐.
온니. 그냥 살아.
너무 깊게 알아도 별로 좋을 게 없더라고.
난 지난 별 기억이 있어서 다 알잖아.
멍!
그러게.
어떤 때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 같은 생각이 떠올라서 그래.
하하하
나도 그런데.
네가 나고 내가 너이면 굳이 나를 알려고 할 필요도 없을 거 같아.
그냥 살면 되잖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죽을 때까지 해도 만족할 답은 없을 거 같아.
그냥 철학자들이 어렵게 풀어서, 다른 존재들이 복잡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거 같아.
그래야 책도 팔리고, 초청해서 강연도 해달라고 하고, 그게 뭔지 궁금한 사람들이 모여서 배우려고 돈도 내고... 해야 자신은 잘 먹고 잘 사는 거지.
야옹!
미야우 끼끼끼
보스 그런 철학자가 부러워?
하하
아니.
내가 그이고, 그가 나잖아.
그놈이 많이 가진 것도 곧 내 거인데, 부럽지 않지.
그냥 난 안 아프고 니들 하고 잘 놀면 행복해.
하나도 부럽지 않아.
멍!
에이 모르겠다.
그냥 살자.
하하
나도.
야옹!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