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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Aug 05. 2024

62세에 시작한 자전거 여행 3

여행은 역시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다. 새로운 것들은 문화들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하는 찌릿한 경험들도 많다. 피사역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다섯 번을 갈아타야 되는 기차에 소울메이트는 타고, 나는 자전거 바퀴 하나 차이로 기차를 못 탔다. 순간 몇 초는 당황했다. 아니 황당했다. 지금 일어난 일보다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진리를 되새김질했다.  여행이 하루 더 길어질 뿐이라는 생각으로 여유 있게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서 결국은 다시 만났다. 베네치아는 자전거를 탈 수가 없는 도시였다. 자전거를 휴대하는 것도 안 된단다. 끌고 다니지도 못하고 들고 다니지도 못하고 어디에 보관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면 탈출하는 게 답이다.  밀라노, 아로나, 도모도졸라를 거쳐서 스위스로 들어간다. 융프라우 아래 인터라겐에서 에서 며칠 캠핑을 한다. 인터라겐에서 취리히 까지 자전거 길이 약 230km 정도이다. 선수들이 스위스 자전거 전용 어플을 얼려준다. 이 어플을 보니 스위스 전역을 자전거길로 덮어 놓은 듯 하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곳은 차량과  섞여서 다닐 수밖에 없으나, 배려라는 소프트웨어가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운전자 배려 매너였다.  펑크를 수리하고 점검하고 하고 있는데,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요청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걸 알고 모두가 손을 내민다.  여유가  느껴진다. 참 부럽다. 자전거 길도 획일적으로 포장을 한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서 그래블과 적당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적당한 간격으로 시원한 생수들이 나온다. 호수 하나를 건너는데 반나절이 걸린다. 아름다운 경치와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느라 빨리 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호숫가에 사는 노부부의 집에 초대도 받았다. 자전거 여행에 묘미인 거 같다. 첫 호수 끝에 오니 15km를 지난다. 오르막도 적당히 즐기고 내리막은 신나게 자전거를 쏜다. 이 무거운 짐 자전거를 끌바 하다가 타다가 하면서 알프스를 넘는다. 힘 빠지는 데까지 가다가 아무 곳에나 텐트를 차고 치고 자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캠핑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 거 같다. 샤워는 굳이 안 해도 되지만, 홀로 텐트를 치고 있다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모양이다. 이런 때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 아리스텔레스에게 공감한다. 우리는 모여 있을 때 안심을 하나 보다. 역설적으로 모여 있으면 다시 사람들은 서로 갈구고 싸우기 시작한다. 혼자 있으면 다툼은 없으나 외로움이 있다. 더운 날씨, 많은 업힐로 라이딩이 힘들지만 다행히 나와 소울메이트는 격려하고 웃으면서 스위스 자전거 9번 길 업힐상승 1,000m 알프스를 넘었다. 우리에게 스위스 산속의 모든 길은 다 알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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