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킬로 이화령을 안쉬고 올라가서 든 생각들
자전거는 바퀴가 있다. 자전거는 짐을 실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먹고 자고 머물고 하는 생활을 할 짐을 모두 챙겨 가니 짐이 꽤 많다. 손으로 들거나 배낭을 지지않고 바퀴에 의존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자전거가방에 들어갈 만큼의 짐을 챙긴다.
바퀴만 믿고 짐을 많이 챙긴 내가 잘못 이란 걸 하루에도 수십 번 깨닫는다. 작은 언덕길에서도 이화령(한국의 자전거 길 중에 있는 고갯길) 같은 5킬로가 계속 오르막인 길에서도 허벅지와 심장이 잘못된 판단을 한 나를 욕한다. 내 몸무게와 자전거 무게를 모두 감당해야 하니 욕 할 만도 하겠다. 스위스 호숫가 자갈길에서는 작은 돌이 타이어를 뚫기도 했다. 지구에 가장 큰 힘을 닿는 타이어 부분과 돌의 각도가 절묘하게도 만나서 거친 외피를 뚫고 부드러운 튜브를 만났으니 결과는 공기들의 탈출이었다. 아무튼 “오르막은 속도가 줄고, 인생의 여러 장면들이 많이 떠오르는 곳이라서 견딜 만하다” 마음이 육체들 달래려고 하는 말이다. 자전거 여행은 오르막이 참 기억에 남는다. 인생은 어려웠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지구별여행자들과 담소를 나눈다. 사진만 보고 한국의 자전거길에 아름다움만 생각하고 왔는데, 삶의 굴곡처럼 아름다움 뒤에 숨은 심장이 터질듯하게 페달링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고 하면서 서로 웃는다. 하이파이브를 한다. 웃음을 에너지삼아 가벼운 출발을 한다. 비록 바로 앞에 길다란 오르막이 또 기다릴 지라도.
이번엔 1년을 자전거여행을 할 예정이다. 다음번엔 10년을 돌아다닐 예정이다, 중간에 다른 별로 가지 않는다면. 3일이나 1년이나 10년이나 짐은 거의 차이가 없다. 생존에 필요한 하루 분 이상의 물과 식량은 필수다. 물병 세 개, 텐트, 코펠, 버너, 하나, 수저, 매트, 침낭 하나 정도의 도구도 필수품이다. 날씨에 적응할 옷 두벌과 신발, 자전거여행자에겐 샌들이 최적이다. 양말이 필요 없고 비가 와도 전천 후이다. 겨울이 오면 철새들과 함께 따뜻한 곳으로 이동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건들의 사용빈도가 평가되어 순서가 정해진다. 날씨가 좋을 때 가끔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느라 의자와 책이 짐으로 따라오나, 위급시 책은 불쏘시게 용도로 1순위이다. 들판에다 텐트를 펼친다. 풍경이 아름답고 공기가 시원하다. 저녁을 만들어 본다. 태양이 햇빛을 풍성하게 준다. 매일 그러한 것은 아니다. 좁은 텐트 안에서 웅크린 채로 불을 펴야 되는 때도 있다. 자유가 너무 많을 때는 오히려 구속을 조금은 받는 것도 행복이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자전거와 텐트와 나의 자유를 스친다. 웃는 사람들은 행복한 가정으로 가는 것 같고, 부럽다는 말을 툭 던지고 쓸쓸히 돌아서는 사람은 구속받는 집으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생각이 맞다면 자전거여행자인 나는 불쌍하기도 하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