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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앤드라이브 Sep 05. 2022

K-부녀 특 “엄마가 안 된다고 했어? 아빠가 사줄게

자칭 딸바보 대디의 육아방식

1. 아빠가 용돈 줄까?

  아빠는 1남1녀를 두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 가장이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듯이 가부장적 그자체인 집안에서 자랐던 아빠는 독특하게도 딸인 나와 남자인 오빠를 대하는 태도가 약간 미묘하게 달랐다. 약간 행동과 어투에서 애교가(?) 느껴진달까?

  항상 회사에서 무언가를 받아오면, 3살 더 많은 오빠가 아닌 나에게 주곤 했다. 놀이공원 입장권, 기프티콘, 디저트, 잡화류 등. 어디선가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선물들을 받아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는 오빠 몰래 서프라이즈들을 받는 재미가 있었다.

미안 오빠.

  특히 돈에 있어서는 나의 ‘애교’면 통했’었’다. 왜 과거형이냐면 옛날에는 돈 앞에서 그게 쉽게 나왔었다. 이제는 엄청난 액수가 아닌 이상, 어떤 애교도 누구한테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내 최근 연애 소식지(사진 포함)면 된다. 어릴 때는 주로 퇴계 이황님으로 받았고 세종대왕님은 명절 때나 친척분들 뵈었을 때 용돈으로나 받았다. 참고로 이때는 신사임당님이 없으셨다(신사임당님이 계신 지폐는 후에 나왔고 초기에는 좀 어색했다). 요즘은 계좌로 바로 쏘곤 하신다. 아무리 내가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초년생이기도 하고, 아직 아빠가 현역에 계셔서 당신 기분 좋으시거나 내가 너무 회사에 지친 모습을 보일 때면 밥 굶고 다니지 말라고 보내주신다. 물론 단위 또한 요즘 고물가에 맞추어서 달라졌지만.

  그러나 끝은 항상 엄마한테 걸려서 혼나거나 싫은 소리 듣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줄거면 오빠랑 똑같이 주라고, 또 어디서 자꾸 애한테 주냐고. 그러면서도 맨날 몰래몰래 딸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는게 웃기기도 하고 귀여워보이셨다. 마치 엄마한테 걸릴 걸 알면서도 몰래 게임장 가는 아들처럼. 항상 무조건적으로 자식들에게 주면서 또 엄마한테 혼나는 걸 반복하는 우리 아빠. 자칭 ‘딸바보’임을 인정하는 바이다.



2. 요즘 학교(회사)생활은 어때?

  아빠들은 다 똑같다. 자식들이 학교를 가면 학교는 어떠냐고 묻고, 회사를 가면 직장생활은 어떤지 묻는다. 주로 인간관계(이름 같은 걸 언급하면 꼭 외우려고 한다), 선생님이나 직장상사, 학교(회사) 분위기 등 딸과 이야기를 나눌 여지가 생기면 묻던 걸 또 묻는다. 그러면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아빠한테 싫은 소리를 한다. “왜 자꾸 똑같은 걸 물어요~” 딸과 어떻게든 대화를 붙이고 싶어하는 아빠의 마음을 알면서도, 비효율적인 것들을 싫어하는 나의 귀찮음으로 아빠한테 모진 소리들을 내뱉는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언제까지 아빠가 이런 걸 묻고 할 에너지가 남을까. 나중에는 내가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 곱지 않은 말들을 한 걸 후회하며, 이 시간들을 부정적으로 기억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요즘은 평상시처럼 퉁명스럽게 답할까하다가도 조금 더 부드럽고 유하게 또 반백살이 훌쩍 넘은 아빠가 이해하실 수 있도록 차분히 말한다.

  사실 아빠와의 대화가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아빠는 귀 한 쪽이 아예 안 들리시고 다른 한쪽도 좋지는 않다. 사실 청각장애인으로 판명받으실 수 있는데, 당신의 자존심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으셨다. 어릴 때 열병을 앓고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으셨는데 그렇게 인생 대부분을 학교와 직장에서 티도 안 내고 버텨오셨다. 바깥에서 온갖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오면 쉬시고 싶으셨을 거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 당신 가족들에게는 편하게 “어?어??” 되물으셨을거다. 그런 당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왜 가족한테는 바깥처럼 귀기울이는 노력을 안 하는지 화도 나고 원망도 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자꾸 말을 두번 세번 다시 하게 만들고, 잘 못 들었는데 엉뚱하게 집안일 도우면 짜증이 솓구친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아빠한테 배우는 사회적 실생활 지식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닌 회사에 사활을 걸어라, 적은 절대 만들지 마라, 밑에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잘 해라, 꾸준히 묵묵히 하다보면 알아봐줄 날이 온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것이다 등 인생 명언책에서나 봤을 말들이지만 실로 직장을 다니면서 공감되는 말들이 되었다. 앞으로 회사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 생활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마워요 아빠 잊지 않고 잘 새겨 생활할게요.

  66년생(사실은 65년생인데 할아버지가 일 년 늦게 신고하셨다)이신 당신과 함께 한 집에서 있을 날이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내년이면 독립된 집으로 나갈 텐데 그간 당신께 못 된 말투와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딸이어서 죄송했습니다. 항상 가족들을 위해 회사에서 정말 오랫동안 잘 버티신 당신. 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약 30년을 고군분투한 아빠.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늘 옆에 있어도 언제 퇴근하시나 기다릴 거고 보고 싶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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