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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앤드라이브 Sep 05. 2022

K-남매 특 “나는? 내 꺼는?”

3년 차가 무색하게 정신연령은 똑같은 두 형제의 일상


내 거 입지 마! 죽는다
  

  1. 오빠   거,    

  키가 나랑 비슷한 3년 터울 남자 형제, 호메(호적 메이트). 몸집은 오빠가 좀 더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박시티가 되는 맛이 있어서 내가 자주 몰래 뺏어 입는다. 주로 입는 종류는 경량 패딩, 후드티, 맨투맨, 반팔티 등 착하지만 좀 무딘 오빠는,  내가 입고 나가거나 할 때.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 걸릴 때가 있는데..

  나도 너무 안일해서 대놓고 오빠 꺼를 입고 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가 생긴다. 그러면 이제 눈앞에서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다. “너 왜 내 거 맘대로 입냐?” 부터 시작해서 입지 마라, 당장 벗어라, 엄마~ 이렇게 확장되곤 한다. 그러면 나는 “내 장 속에 엄마가 넣어놓은 거니까 내 잘못 아니거든?”으로 변명하고, 다른 옷으로 체인지한다. 훗날 다시 몰래 입고 나갈 그날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것이다.

  또 오빠 방을 가면 재밌는 것도 많고, 맛있는 초콜릿도 종종 책상 위에서 발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디고 착한(추가로 더 해준다 내가)호메는 내가 한 두 개 빼돌려 먹어도 모른다. 한 번은 호메 혼자 싱가포르로 여행 갔다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사온 ‘히포 킨더’ 3박스가 있었다. 가족들한테 맛보라고 하나씩 주고 나머지는 자기 방에 가져가 꿈척꿈척 꺼내먹곤 했다. 나는 호메 방에 놀러 가면서 하나 남은 하마 초콜릿을 눈독 들이고 있었다. 구석에 있어서 본인이 인지를 못하는 건 지 며칠이 지나도 그 자리 그대로 있곤 했다. 결국 나는 그 귀엽고 달달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집어서 내 입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별말 없이 지나갔으니 아직까지도 내가 먹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2.  앞으로 Dae Ryeo Wa

  너 남자 만나냐?

  우 씨 아니거든? 가끔 진짜 썸남이 있거나 남친이 있을 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평상시보다 휴대폰을 많이 보고 특히 채팅하는 모습을 많이 보일 때 심심풀이 입버릇처럼 호메가 종종 하는 말이다. 그냥 쿡쿡 찔러보는 말이겠지만 여동생 입장에서는 진절머리가 난다.  특히 “남친 사귀면 내 앞으로 데려와라”라고 말하는 순간 입을 꼬매고 싶다. 왜냐하면 저 말은 허세+센 척+멋진 오빠인척 하는 ‘쓰리 척 시리즈’ ver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애할 때, 이성 사진조차 오빠한테 보여준 적도 없거니와 서로의 연애에는 관심이 없는 게 국룰. 집에서만 보이는 모습을 보다가 채팅 말투, 전화 어투,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을 실수로라도 보이면 서로의 얼굴에 토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더욱 저 쓰리 척 시리즈 말이 오글거리고, 자칫하면 거부반응이 올라올 것 같다.


3. 맛난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

  외동들은 형제가 있는 사람들의 음식 속도를 못 따라간다. 왜냐 우리는 늘 경쟁하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아빠가 회사에서 퇴근하시는 길에 사 온 디저트는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여서 일주일도 못 가 사라지곤 한다. 또 특히 고기를 먹을 때 그 증상이 심해진다.

  우선 나는 쌈을 싸 먹는 걸 좋아한다. 상추 위에 깻잎, 양배추, 명이나물, 김치, 생마늘, 생양파, 쌈장 및 각종 소스 그 이후에 고기 한 점을 올려 입 안 가득 먹는 걸 선호한다. 반면 호메는 고기’만’ 먹는다. 맛난 게 있으면 밥도 국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것’만’ 공략한다. 몇 번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기 때문에 맛난 반찬이 있으면 금세 자취를 감춰버리고 빈 접시만 덩그러니 놓인다. 쌈을 쌀 때도 시간이 걸리고, 그 쌈 안에 있는 재료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데도 오래 걸리는 나는 식탁 머리 앞에서 이것 때문에 한두 번 싸운 게 아니다.     

  식사 전 기도를 하고 나서부터가 전쟁 시작. 젓가락을 들면서 우선 고기 2-3점 정도를 내 밥그릇 위에 얹어 숨겨놓는다. 최소한의 보장된 내 몫이다. 이제 그 후 쌈을 쌀 때는 밥그릇 위에 있는 고기가 아닌 반찬 그릇에 있는 고기를 집어넣는다. ‘고기만 빨리 혼자 먹지 마’라는 나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야 알아차린 사실이지만, 호메는 입 짧음+단 시간 안에 맛난 것만 공략 vs 나는 오래 식탁에 앉아 있음 + 여러 반찬들을 공략. 그래서 둘 다 식탐이 없지는 않지만 서로 성향이 달라서 이제는 덜 싸우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다. 이것도 체력과 식탐이 남아있을 때의 이야기고 요즘은 ‘그냥 다 먹으면 다 먹는 대로 남은 반찬들로 배 채우면 되지’라는 마인드다.


4.  꺼는? 나도!

  99년생, 96년생인 우리는 3년 차 남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연령은 동일한 거 같다. 전 편에서 아빠는 나에게 몰래 선물하기 때문에 걸릴 일이 없는데, 엄마는 동일하게 사랑하고 챙겨준다는 생각 하에 나한테 뭔가를 공개적으로 준다. 오빠가 필요할 때는 오빠한테 주고(돈이나 물건을) 내가 필요할 때는 나에게 주는 그런 방식이다. 근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엄마가 더 사주고 챙겨준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발생한다. 아무래도 예체능 전공인 나는 어려서부터 각종 케어와 다른 지원들을 일반 전공인 오빠보다 많이 받아서 생긴 습관성 “나도 줘” 반응 같다.

  한 번은 내 생일을 맞이하여 외삼촌이 파리X게트 기프티콘을 주신 적이 있다. 그걸 가지고 집에 오는 길에 갖가지 먹고픈 빵을 사 왔고, 당연히 우리 네 식구가 같이 나눠먹을 생각으로 골라사 왔다. 그런 내 마음을 뭉개버리고 한 톨도 같이 나눠먹고 싶지 않게 한 호메의 한 마디. “내 꺼는?” 오늘 내 생일인 거는 알아? 나한테 생일 축하 한 마디라도 안 해놓고, 맨날 먹을 꺼만 보면 반사신경적으로 손부터 가는 거 진짜 짜증 난다고. 순간적으로 우다다 내뱉은 말이었다. 그 말에 천성은 착한 오빠라는 존재는 미안하다고 멋쩍어하면서 뒤늦은 축하를 해주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우리 둘 다 쌈닭 st은 아니라서 싸움으로 인한 냉전 분위기가 오래가지는 않지만, 한 번 민망해하면 하루 정도는 서로 눈치를 본다는 게 특징이다.

  어쨌든 엄마나 주위 사람들이 돈도 시간도 많이 드는 나를 신경 쓸 때면, 습관성 Na Jeou가 발생하는 우리 오빠지만, 바보같이 또 착해서 양보도 어려서부터 많이 하고 여동생에게 많이 빼앗겼을 것이다. 그런 유년시절을 생각하면 이제야 본인의 몫을 챙기는 습관이 생긴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생일날 저랬던 건 좀 별로였다. 결론은 미우나 고우나 하나뿐인 피붙이고 훗날 모든 친구와 연인, 지인들이 떠나가도 남을 인연이라는 게 신기하다. 죽을 때까지 싸우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오글거리는 언행도 서로 자연스러워질 때가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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