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 지난해를 돌아보며

혹독한 에세이_타인의 삶(가제) 잡지

by 혹독한에세이



<나래 쓰다>


- 첫 에세이 주제였던 ‘출퇴근일지’는 채현 씨 첫 출근이 2주 뒤로 미뤄지면서 이 역시 2주 뒤로 미뤄집니다.​


지난 한 해는 어땠나요?

지난 한 해를 이야기하려면 스물셋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왜냐하면 스물셋 나는 반복되는 편안함이 좋았고, 구태여 뭘 더하고 빼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버린 나를 자주 그리워했고, 흩어져 가는 나를 붙잡으려 애를 썼다. 그러니까- 과거에 빠져 현재에 충실하지 않았고 현재는 미래를 위해 거쳐가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하며 스물셋을 허비했다. 그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스물넷이 됐다. 더 이상은 과거에 빠져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버렸고, 여기는 호주가 아닌 한국이었니까. 한국에서의 삶을 살아야 했다.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많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스물넷,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얼 잘 하는지, 그리고 좀 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끈기가 매우 부족한 사람이었고, 도전하는 것에 주저함은 없지만 그걸 지속하는 것은 못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러닝’. 무작정 달렸다. 내 체력은 바닥이지만 무작정 달렸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늘겠지, 열정이 있을 때 쏟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빨리 달렸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깨달았다. ‘이래서 내가 지속하지 못했구나, 금세 포기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처음 열정과 그때 나오는 욕망에 초반부터 다 쏟아버리니 금세 지쳐서 쉽게 놓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달리기 대신, 오래달리기로 했다. 차근차근 한걸음씩 나아가자고. 그러다 때가 오면 있는 열정과 욕망을 다 쏟아 내달리는거지. 처음부터 욕망을 누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가다보니 가능해졌다. 이제는 멈추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자, 힘을 키웠으니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 볼까?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기에, 글을 더 다양하게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어느 요일을 정해서 글을 쓰기도 하고, SNS에 꾸준히 내 감정을 글로 옮겼다. 그러다 가을에는 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하며 생각만 해오던 워홀 이야기를 가지고 내 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어느새 글은 내게 습관이 되어 꾸준히 어떠한 형태로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더욱 재밌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이왕 하는 일 조금 더 재밌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 않겠는가. 내가 손님들에게 내보이는 커피 한 잔이 4000원을 받을 가치가 있는가, 고민을 시작했고 그 가치에 아깝지 않게 한 잔을 내어드리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손님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손님들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당신들 덕분에, 내가 묻기도 전에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해주는 당신들이 존재하기에 그로 하여금 나는 내가 하는 일에 가치를 아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늘 어설펐다.

자신감은 넘쳤지만, 부족함도 넘쳐났다. 나는 사실 그리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도, 딱히 괜찮은 인간도 아니었다. 인정한다, 나는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는걸. 그런 나를 버리고 싶었다. 이제는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닌, 진짜 내가 되고 싶었으니까. 나를 계속 의심하고 곱씹고 반문했다. 이게 맞느냐고, 이렇게 해도 되겠냐고. 네가 하는 행동, 하는 말, 너의 태도, 하나도 틀린 게 없느냐고. 때로는 나 스스로를 갉아먹을 정도로 나를 의심을 했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단단한 사람이고 나발이고 그냥 어설프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는지, 그렇게 1년 내내 나는 애를 쓰며 살았다. 더할 건 더하고 뺄건 빼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지난날을 돌아보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아주 조금은 단단한 사람이 됐다.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말을 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는 내가, 끊임없이 꿈을 꾸며 살아가는 나를 보니 조금 괜찮은 인간이 됐음을 느낀다. 그리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이, 그런 나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제법 단단해진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더 이상 나를 꾸미려 하지 않는다. 자신감 있는 척도, 멋진 인간이 된 것 마냥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도 부족함이 많은 내가, 어설픈 나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다. 나는 그 부족함을 채울 능력을 가지고 있고, 서투르지만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또 1년이 지나면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스물넷을 정리하며,

치열했고, 불완전했고, 그럼에도 낭만을 잃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을 만큼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하며 살았다. 단순히 그냥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너무 불완전했지만, 그런 나를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 불완전하고 방황을 하는 게 잘 못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 이런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슬프면 슬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감정을 털어내는 것, 방황에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 나는 낭만을 좋아한다. 낭만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내가 가진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는 삶에 낭만을 더하니 세상은 무척 아름다워졌다. 반복되는 일상이 즐거운 이유, 매일 걷는 거리가 자주 새로운 이유, 내가 사는 삶이 살아갈만한 이유는 내가 낭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지금을 살기 시작했다.

안녕, 스물다섯!



<채현 쓰다>


*첫 출근날부터 2주 유급휴가를 받아버리는 예상치 못한 계획으로 출퇴근일지는 다다음주로 미뤄진다.

<2021년 회고>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말할수 있는 마지막 연도. 다시말해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전환되기 직전이었다.

학교라는 교육기관에 맡겨진지 18년째. 과연 당장 회사로 들어가게 되면 잘 버틸수 있을까?

수많은 어른들이 모여 경제활동을 하고있는 회사에 나라는 사람이 들어가 도움이 될수 있을까? 난 2021년을 어른으로 성장할수 있는 해로 만들고 싶었다.

나의 2021년의 테마는 크게 상반기, 하반기 둘로 나뉜다.

상반기(1월~6월)에는 설계에 힘 쏟았다. 1월, 2월에는 푸하하하건축사무소에서 인턴을 하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3월부터 6월이라는 짧고도 긴 시기에 졸업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나의 상반기는 학부생활에서의 건축활동에 있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둔 건축학과라면 누구나 고민할 주제, 건축설계를 계속 할것인가, 이 분야를 떠날 것인가(우리들 사이에서는 이를 탈건이라 부른다) 이 두 가지 갈림길에서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주변 선배님들께서는 열이면 열 설계바닥에서 떠나라는 조언들을 해주셨다. 나름 주관이 있다고 믿는 나 조차 흔들리기 시작했고 심정으로도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내가 어떻게 선택하냐에 따라 나의 미래로 분명 바뀔텐데. 이 심오한 고민을 당장 결정해야한다는 현실이 힘들었다. 결국 나는 건축설계에 조금더 남아 보기로 하였다. 결정하게된 사유는 단순했다. 건축설계라는 분야에 발을 담근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수박에 겉핣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점에도 또 다른 분야로 몸을 움직인다 해도 과연 그 자리에서 내가 잘 적응할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설계분야를 좀 더 배워보기로 하였다.

내가 앞으로 다닐 건축사무소를 정리하고 보니 하반기(7월~12월)를 맞이했다. 제대로 된 자기계발이 필요했다. 막상 ‘자기계발’라는 단어는 숙제같은 느낌이 난다. 무한한 경쟁사회에서 빼놓을수 없는 카테고리같은 느낌이 들어 거부감도 느껴진다. 뭐든 거부감이 느껴지면 우리의 마음은 길게 지속되지 못하고 언젠간 그만두게된다. 나는 장기적인 자기계발를 생각하고 있어서 평소에 내가 배워보고 싶었던것, 내가 하고싶은 것들로만으로 시간을 채워보기로 했다.

-운동/ 필라테스와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1년반 정도 꾸준히 헬스장을 오고 갔다. 하지만 헬스장에 가면 같은 운동만 하게 되어서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뽐나는 동작들로만 이루어져 있는것 같지만 현실은 갓나온 기린이 되어 센터를 나온다는 필라테스. 온몸의 근육을 느끼며 호흡과 마음을 정화해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는 요가. 남들이 하는건 모두 해보고 아무도 하지 않는 것까지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난 곧바로 필라테스와 요가에 회원등록을 하였다.

-여행/ 코로나 전 일년에 기본 네개국을 휘젓고 다닌 나는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해외여행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국내여행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마음먹으면 당장 몸부터 움직여 실행하는 난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왜 지금껏 국내여행을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내내 갖고 여행을 다녔고, 국내여행에 푹 빠지게 되었다. 제주도를 다녀온뒤 6개월동안의 작은 목표가 생겼다. 3주동안은 나의 할일을 모두 해내고 보상의 의미로 국내여행을 다니기로. 나름 보상심리로 자극도 되어 나의 목표치를 쉽게 달성하게 되었고 경주, 부산, 강릉, 가평, 예산을 오고갔다.​


-책/ 지적성장감을 느끼고 싶었다. 평소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만 읽는 편독쟁이였다. 이번 기회에 편독 습관을 없애 다양한 카테고리의 책들을 접해보기로 했다. 소설, 인문, 교양, 에세이 등 정말 다양한 책들을 집어들어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히 독서를 하였다. 그 결과 48권이라는 적지않은 독서를 이뤄냈고 자연스레 글쓰기라는 분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좋은 기회로 기록워크샵에 참여할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여행이 시급합니다>라는 한권의 책을 만들어내었다. 책 한권을 뽑는 과정에서 글을 쓰고 책을 디자인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라래와 잡지를 만드는것으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에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들어졌다. 이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자체에 행복했다. 2021년의 기를 이어받아 2022년에는 받았던 만큼 베풀어 내 주변사람들 모두 행복감을 갖게 만들어주고싶다. 나의 2021년은 찬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