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커피 한 잔 할래요?

혹독한 에세이_타인의 삶(가제) 잡지

by 혹독한에세이

<나래 쓰다>


이번 주 에세이 주제는 커피네요. 이걸 쓰는 지금도 전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저는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쉬는 날에는 또 커피를 마시러 가요. 365일 중에 커피가 없는 날은 손으로 셀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은 커피 하면 어떤 맛이 떠오르시나요?

아메리카노 하면 우리는 씁쓸 혹은 쓴맛을 먼저 떠올립니다. 근데 사실 커피가 가지고 있는 맛은 아주 다채로워요. 과일향, 초콜릿, 견과류, 허브향, 때로는 와이니한 뉘앙스까지. 커피에서 저런 맛이 어떻게 나! 맞아요. 커피가 이런 맛을 내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이런 향과 뉘앙스를 뿜어내요. 다만, 그걸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거뿐입니다. 그저 신맛, 쓴맛으로 구분 지어 판단해버리죠. 저 역시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커피는 알수록 재미가 있고, 다채롭고, 계속 경험하고 싶어져요.


근데- 인간관계도 비슷한 거 같아요. 처음 보는 상대를 그저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이렇게 구분 지어 판단해버려요. 왜 나와 맞지 않는지 분명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그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거기서 멈춰버리는 거예요. 분명 어딘가 하나쯤은 나랑 맞는 구석이 있을 텐데 말이죠.


저도 커피랑 비슷해요. 절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나를 진중하고 조금 어른스러운 사람으로 봐요.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나에게 다가온다면, 실망할 거예요. 저는 그리 진중하지 못하고, 어른스럽기보다는 장난기 많은 아이 같은 사람이거든요. 그래도 저는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에요. 나는 당신을 재밌게 하고 싶어 장난을 치고요, 당신이 깊은 대화를 원한다면 전 당장 진지하게 듣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저를 두번, 세번 보면 더 재밌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첫 만남에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뭐든지 처음은 낯설고 그 사람을 알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니까요.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예요. 낯설기에 조심스럽고, 그러기에 서로를 궁금해하며 천천히 당신이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거죠. 그러니 우리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알아가는 건 어떨까요?


나는 커피가 좋고, 당신이 좋아요.


덧, 첫 만남에 무례한 사람은 바로 끊어버립니다. 커피도 생두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로스팅으로도, 추출로도 살릴 수가 없거든요!

<채현 쓰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 한 잔을 찾는다. 한평생 마신 커피의 양을 따져보면 욕조에 차고 넘칠 정도이지만 ‘맛있는’ 커피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맛있는’ 커피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커피맛을 보기 위해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고, 그 안에서 원두를 고르는 행위까지 더해진다. 나로서는 어떠한 원두를 쓰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을 뿐이다.


제대로 된 맛도 모르는 내가 커피를 찾는 이유는 두가지 이다. 첫번째, 사람과 소통을 할때 매개체 수단으로 적절하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 할까?”라는 말건냄은 만남과 동시에 소통을 하자는 우리들의 은어가 되었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의 제안은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벽도 허물게 해준다. 상대방과 마주하여 카페에 앉아 수다를 나누다 약간의 적막과 고요함이 찾아오면 커피를 한 입 머금어 준다. 커피를 마시고 맛을 느끼는 동안만은 다음 대화 주제를 고민할수 있고 상대방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다.


두번째, 집중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수렴적인 사고인 문제해결능력과 관련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준 결과가 있다. 나 또한 커피를 마시며 효율성을 최대로 올린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약 10분뒤 약간의 각성상태에 들어가 내가 하고있는 일에 있어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이 맛을 알아버린 나는 긴장감과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면 커피를 찾는다. 그렇게 많게는 하루에 세잔까지 먹고 죄책감이 들어 맹물을 들이붓는다.


커피는 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커피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계기가 생겼다. 바리스타 직업을 가진 친구가 생긴 뒤로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고찰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에게 커피 한잔을 내려줄 때 원두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그에 따라 커피 내리는 법을 달리하여 최상의 맛을 보여내주는 직업을 가졌다. 원두 설명에는 생산국가, 커피로 내렸을 때 느껴지는 과일 향의 종류, 산미의 유무 등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몇 개의 원두 중 하나를 고르면 그녀는 약 5분동안 커피를 내린다. 그녀의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지켜본다. 그동안 나는 커피를 대했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된다. 커피가 나오면 1분만에 쏘옥 빨아먹던 과거 나의 모습에 부끄러워진다. 주문한 커피가 테이블위에 올려지고 김이 홀홀 나는 커피를 잠시동안 가만히 쳐다본다. 향을 살짝 맡아보고 호호불며 커피 잔에 조심히 입술을 가져다 대어 한 입 조심스럽게 마셔본다. 그리고 그녀가 설명한 과일 향들 느껴보기 위해 입안 가득 커피를 머금고 천천히 음미해본다. 아직은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엔 미숙하지만 전에 먹던 커피와는 조금 색다르다. 나는 커피를 조금 다르게 대하기 시작한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은 삶은 가치가 없다” 라고 말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커피를 떠올렸고, 커피 한잔안에는 작은 인생이 담겨있다는걸 느꼈다. 커피의 쓴 맛은 인생의 쓴 맛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쓴 맛 뒤로 향긋한 향들이 따라온다. 우리는 그 다양한 향들을 잊지 못해 다시 쓴 맛을 찾게된다.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본연의 맛과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나는 오늘도 일어나 커피 한 입을 입안 가득 머뭄고 다채로운 향을 느끼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