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에세이_타인의 삶(가제) 잡지
<채현 쓰다>
우리는 매 순간 ‘공간’ 속에 놓인다. 잠을 자는 공간, 작업하는 공간, 식사하는 공간, 휴식을 취하는 공간 등 다양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공간 안에 있느냐에 따라 기분과 감정이 달라진다. 향긋한 커피 향이 맴도는 카페 안에서는 평온함을 느끼고, 보고서들이 잔뜩 올려져 있는 내 사무실 책상을 보면 다급해지며, 열정과 간절함이 가득한 도서관을 가면 의욕감이 넘쳐흐른다. 우리가 떠오르는 공간의 이미지 속에는 유독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던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감정들이 헤엄치는 장소일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한 곳을 발견하였다.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높은 천장에 조명들, 그리고 각자 무언가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그녀가 밝은 얼굴로 나를 반기며 안부를 묻는다. 항상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벽 한편에 꽂혀있는 책들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책장 곳곳에서 묻어나는 그녀의 큐레이션을 하나하나 읽으며 공간의 분위기를 마신다. 괜히 그녀의 생각을 엿보는 거 같아 커피가 내려지는 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럽게, 힐끗힐끗 읽어본다.
책장을 모두 구경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항상 앉는 자리에 앉아 책 한 권을 꺼낸다. 곧 그녀는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들고 와 테이블에 놓인 책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식는 동안 왼편으로 보이는 창밖 풍경을 가만히 바라본다. 날카로운 겨울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들이 살살 부는 바람에 의해 흔들거리는 나무들이 마치 요란한 탱고를 추는 것만 같다.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들을 보며 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은 어디로 향할까 궁금해하면 커피는 식어있었다. 적당한 온도의 커피를 미소를 지으며 홀짝인다. 습관처럼 다리를 꼬고 그제야 책을 들어 읽기 시작한다. 책방 안의 적당한 소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사람들이 넘기는 책 소리, 바쁘게 쳐내려 가는 타자 소리,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재즈 음악이 섞여 있다.
우리의 일상 속은 해야 할 일들의 투성이다. 연속적으로 돌아가는 바깥세상에서는 기능적 공간으로 가득하다. 달려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여 최대한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속도의 세계이다. 하지만 오로지 이곳만의 시간은 멈춰있다. 흘러가는 세상의 시간과 소란스러움 속에서 이 공간의 시계만이 멈춰있는 듯하다. 잠시 몸을 쉬기도, 생각을 쉬기도 하여 내 몸 안에 숨어있는 감각들이 드러난다. 그 시간만큼은 일상에서 벗어나 나와의 대화를 나누며 감각들을 마주한다. 내 공간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은 나의 하루를 가꾸는 것이고, 이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내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해주는 길이다. 치열한 삶 속에서 내 감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나래 쓰다>
내게 공간은 일터이자, 쉼터이다.
일을 하기 하기 위해 공간을 찾고, 쉬기 위해 공간을 찾는다.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하기도 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 안에서 아주 평온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일을 하고, 애정하는 공간에서 휴식을 갖는다.
매일 눈을 뜨면 일터에 간다.
카페는 매우 복합적인 공간이다.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커피나 빵을 즐기러 오는 사람,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오는 사람,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 공간을 쓰기 위해 오는 사람,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누러 오는 사람 등 아주 다양한 이유들로 카페를 찾는다. 그리고 나는 그 공간 안에 바리스타라는 신분으로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내가 일하는 공간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내가 하는 일에 가치와 행복을 얻는다.
쉬는 날이면 애정하는 공간을 찾는다.
나는 그 공간이 좋아서 공간을 즐기기 위해 카페 혹은 책방을 찾는 사람이다. 새로운 곳보다는 익숙한 공간을 좋아한다. 쉬는 날이면 익숙한 공간에 방문한다. 오늘은 직원이 아닌 손님이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 먼저 건네는 인사가 가끔은 낯설기도 하다. 지내는 이야기들을 가볍게 나누며 대화를 이어간다. 짧은 대화를 끝내고서야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어쩌면 나는 이 짧은 담소가 좋아서 자꾸만 공간을 찾는 거 같기도 하다. 그 짧은 대화에 힘든 날이면 힘을 얻기도 하고, 기쁜 날에는 기쁨이 배가 된다. 언제가도 마음이 편하기에 나는 또 카페에 간다.
공간은 내게 꿈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꼭 내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좋아하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내 삶은 늘 똑같이 반복된다.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하고, 공간에서 아주 평온한 시간을 보낸다. 매일이 다를 게 없는 일상이지만, 공간으로 하여금 나는 늘 아주 소소한 행복을 얻는다. 그 행복으로 나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내일은 또 일터라는 공간에 출근을 한다. 힘든 하루에 동료들과 장난을 치며 하루를 버텨낸 오늘 하루, 손님이 건네는 반가운 인사와 안부에 찰나의 순간 나는 또 행복을 얻었다.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 나의 공간을 가득 채운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음에, 쉴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