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를 놓은지 어엿 한달이 지나간다. 5월부터 머릿속엔 자격증 취득이라는 목표로 가득했고 달리는 경주마가 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심지어 나 자신 돌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달려왔다. 꽤나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다녔던 우리회사 우리팀은 정치질 실패로 팀이 해체됐고 나의 윗사람들은 듣도보지도 못한 품질관리팀으로 들어가 사실상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의 구조조정을 당했다. 나는 옆팀으로 굴러들어가게 되었다. 1년차때 정신적으로 부족한 상태인 사수가 질러놓은 똥들을 해치웠을 때 처음으로 시련을 맛보았지만 회사생활이 이런건들 하며 버텨왔다. 그리고 9월, 나름 애정했던 팀이 폭파되자 나는 무조건 올해 안에 이 회사를 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5월부터 나는 퇴근하면 공부하고, 만약 회식이 있어서 공부를 못했을 경우에는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출근을 했으며 점심시간에는 햇반에 닭가슴살을 돌려 10분만에 먹고 급하게 바로 옆 도서관을 가 한시간짜리 인강을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항상 이래왔다. 무언갈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주변을 전혀 돌아보지않고 한 목표만 바라보며 달린다. 부작용은 꼭 탈진상황이 마주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팀이 사라지고 나의 선택들과 상황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않음에 현타가 몰려왔다. 그와 동시에 같은 자격증을 준비하던 같은팀 동기언니는 팀 폭파와 동시에 자격증에 몰입하겠다며 퇴사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격증을 따겠다는 나의 열정은 욕심이었던걸까. 최소 2년은 이런 생활을 더 해야하는데, 나만 갉아먹는 현실인걸까. 날 좋은날에 산책을 포기하고 그시간에 공부를 하자하며 주말마다 도서관을 간것도 어느덧 4개월이 자나가는 시점에서 순간 나의 20대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격증을 따야하는 이유는 도대체 뭐 였을까. 안정적인 수입? 남자친구는 꼭 자격증만 바라보지않고 다른 기업에 지원을 해보라며 몇개의 공고를 나에게 보내줬다. 맞아, 꼭 자격증 취득이 답이 아닐수도 있어. 하며 이직준비한다는 핑계로 한달간 공부에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너도 쉴때는 쉴줄 알아야해” 남자친구는 나를 가끔 포르쉐라고 부른다. 너무 빨리 달린다며 인생은 장거리레이스인만큼 쉴줄 알아야한다고 종종 일깨운다. 쉬는게 뭘까. 이 질문의 답을 한달째 찾고있는 중이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쉬어왔고 지금은 어떻게 쉬고있을까. 4개월동안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이직이라는 핑계로 풀어지자 지웠던 인스타를 다시 깔고 온종일 누워 릴스만 멍하니 보았다. 그러다 잠에 들고 다시 일어나면 밥먹고 릴스를 보며 잠에 들고 일어나 출근을 했다. 아무생각을 안하고싶었다. 평소에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간편한 수단은 릴스보기와 술이었다.
난 돈도 참 푼돈에 아낀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지출이 거의 없다. 친구들은 이쁜 옷을 사입고, 좋아하는 향을 사고, 인테리어에 투자하는데 나는 그러한 취미가 없다. 모든지 효율적이여만 하는 성격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술 한병의 5000원과 안주들에 쓰는 돈은 전혀 아까워하지않는다. 난 어디서 스트레스를 풀어? 그냥 먹고 마시자! 하며 먹지않아도 될 안주들, 안마셔도될 술들을 마시며 다음날 또 금주를 다짐한다. 술을 마시면 걱정이 없어지고 해방감을 느낀다. 맨정신이면 이거해야하고, 저걸해야하고, 하루에도 수많은 체크리스트들이 늘어져있는데 술을 마시면 그냥 내일해~하며 내 자신을 풀어준다. 해방감을 느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격증이라는 목표가 생긴 뒤로는 술을 잘 찾진 않게 되었다. 술을 마시면 내일 나의 공부량에 영향이 가니 내가 나를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생활하는데에 나름 큰 성취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4년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할 상황들이 많이 없는데 자격증이라는 목표는 나만의 비밀이 생긴것만 같고 탈출을 위해 내가 해나간다는 행위자체가 꽤 괜찮았다.
하지만 그것도 몇달뿐, 점점 나를 잃어갔다.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아야하는 상황에서 안그래도 효율충이던 난 극효율충이 되어갔다. 내가 생각한 시간에 공부를 해야하는데 상황상 잘 되지않으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씻는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공부시간을 확보했다. 자격증을 따는거 자체가 다 행복하자고하는건데 중요한걸 잃고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무기력하게 아무생각없이 쉰게 한달, 이제는 다시 나를 되찾아야한다. 내가 뭘좋아했지? 자존감 높던 나는 어디갔지? 자신감 넘치던 나는 어디갔지?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사회현상일까? 내가 가장 나를 사랑했던 시기에 했던 책읽고 글쓰기부터 해봐야겠다. 다시 나를 되찾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