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열번은 깼을까. 자다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오전 9시, 숫자를 보니 배고픔이 몰려온다. 방문을 열고 나와 주방으로 나와 먹을게 있나 기웃기웃거리는 사이 우리집 고양이 하루가 먀아하며 아침인사를 나눈다. 아싸, 내가 좋아하는 꼬지전이 남았다. 전중에 가장 좋아하는 꼬지전, 한 꼬챙이에 여러가지 음식을 꽂아 한입에 왕 하고 베어물면 햄, 단무지, 맛살 등 한번에 맛난 재료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런의미로 김밥도 참 좋아한다. 식탁에 앉아 오빠가 먹다 남긴 꼬지전을 먹는데 엄마가 어젯밤 양념게장을 재워놨다며 꺼내주신다. 기름진 전에 매콤한 양념게장 조합이라니, 반공기만 간단히 먹을 아침이 한공기를 뚝딱 해버렸다. 입안에 게 양념이 살짝 남아있는채로 침대로 다시 눕는다.
현재 정주행중인 예능은 크라임씬, 벌써 마지막화만 남겨둔 상황이라 꺼내보기 아깝지만 내일부터는 넷플릭스 볼 시간이 안날거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티비를 튼다. 그러고 20분뒤,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나는 왜 크라임씬만 보면 잠이 들까, 살인사건현장에서 범인을 찾는 예능인데 마치 소설을 읽어주는 느낌이라 그런가? 지금껏 한번도 잠안들기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근데 뭐어때 잠들수도 있지, 잠이 오면 잠을 자야지. 해야할 일이 있는건 아니잖아? 연휴동안 지원해야할 기업은 모두 제출할 상황이었고, 오늘의 할일은 도서관가서 책읽기 밖에 없는 터라 보다 잠들고, 다시 보다가 잠듦을 반복했다. 그리고 한시, 어휴 이젠 뭐라도해야지 이러다가 점심내내 잘듯했다. 잠도 적당히 자야 만족스럽다. 수면욕을 못참고 내내 자버리면 나중에 오는 자괴감과 두통 등 역효과만 날뿐이다.
잠시 고민했다. 그냥 집에서 책을 읽을까? 하다가 아니다, 나는 무조건 나가야지만 집중하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토슬토슬 내리는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빗소리를 집중하고 토닥토닥 비를 그대로 맞는 천을 바라보며 걸었다. 연휴 내내 내리는 비가 미웠다. 낼모레 하프마라톤인데 이놈의 비때문에 뛰지를 못하고있다. 지겨운 비, 지겨워 하다보니 금세 도서관에 도착했다.
오늘은 책을 읽을거니 열람실이 아닌 자료실에 앉을 계획이었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사람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잡았다. 어제 중고서점에서 산 <시대예보:호명사회>를 꺼내 간만에 종이책과 교감했다.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책을 읽어본게 거의 6개월 만인듯 했다. 이상했다. 과거 책을 읽을때보다 편안했고 오롯이 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옛날의 나랑 어떤 태도가 달라졌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 나는 ‘완독’, ‘읽어야한다‘라는 의무감에 갇혀 조금만 읽으면 얼마나 남았지 책의 두께를 확인하고 언제 다읽지 하며 한탄한다. 내가 선택한 독서임에도 자기계발이라는 의무감으로 변질된 독서가 대다수였다. 오늘의 독서는 오로지 ’쉼‘이었다. 책을 잘 선택한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여유, 나와의 대화시간이 평온했다. 책을 읽다 글을 쓰고싶어 끄적이다 다시 독서를 하다보니 세시간반이 흘러있었다. 정말 간만에 느껴보는 여유였다.
사실 지금 이런 여유를 느껴도 되나 싶다. 이직을 위해 공부도 해야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인강을 들어야한다. 그러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도서관에 앉아 선비같이 책을 읽고있는게 맞을 까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오롯이 책을 읽기로 했으니 나에게 시간을 허용해주었다. 앞으로 나에게 과제가 주어졌다. 해야할 일과 쉼을 어떻게 배분을 할까, 아침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출근을 한뒤 퇴근 후에는 쉼 시간을 허용해주는건 어떨까 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