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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치 Apr 30. 2024

그래, 일단 도망치자.

도망친 곳이 더 좋을 확률 50% 나쁠 확률 50%

그래 일단 도망치기로 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자면,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대한민국에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평범하게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원하는 길이 있어 그 길로 쭉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길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양한 길을 탐험하기 좋아했던 내 성향에 다양한 창업도 도전해봤다. 오프라인으로 카페도 열었는데, 결과는 코로나에 의해 뼈아프게 빚만 남기고 실패했다. 그러고도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하겠다며 대한민국 창업의 첫 루트인 <예비창업패키지> 와 함께 많은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도 하며 나 이대로 잘하려나 싶었던 창업의 과정도 있었다.


하지만, 창업에 도전하며 지내온 나날에는 성공이 있진 않았다. 결국은 모든 사업을 실패하고, 대학원을 가야겠다 생각하며 대학원준비까지 했지만 이 조차도 떨어지면서 아 나 이제 뭐하지.. 내 진로는 무엇일까.. 와 같은 대학교 4학년때쯤 할만한 고민을 30대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는 그럴 수 있었지만, 지금 친구들은 승승장구 하고 있는 마당에 나이 30이 넘은 마당에 진로찾기가 웬말인가..


내 평생 자존감이 부족했던 적이 없었는데, 하고자 하는 일이 번번히 실패하니 사람이 이렇게 우울해질 수가 있구나 스스로 느끼게되었다. 이것 또한 깊은 깨달음을 얻은거라고 해야하나. 그 즈음 결국 수중에 남은돈이 100만원채 안되서 서울에서 혼자 살던 집도 정리하고 본가인 지방으로 내려왔다.


처음 본가로 내려왔을때 느낀 감정은 편안함과 안도감이었다. 혼자 살면서 짊어질 무게는 겨우 내 몸뚱아리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다. 집에만 있는 나날에는 돈 한푼 안써도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근데, 30대가 넘어 다시 본가로 들어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지만, 나 혼자서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 모두가 나보고 수고했다고 말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못해서 내가 나에게 눈치를 주고 가시방석에 앉게 만드는 기분. 


그래서 일단 도망치기로 했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수중에 100만원도채 남지 않았지만, 해외로 도망치겠다는 내 말에 여전히 응원한다며 십시일반 50만원 100만원 얹어주신 감사하신 부모님과 부모님과 같았던 부모님 친구분들 덕분에 당장 두 달 정도 살 생활비가 생겼다. 


그렇게 대단할 거 없이 29인치 캐리어 하나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챙겨서 떠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최소한 여권, 노트북, 당장의 생활비가 있으니 어디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일단 떠나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안일어나지만, 상황을 바꾸면 좋아질 확률 반, 나빠질 확률 반이니까. 그렇게 마음편하자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도피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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