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시작된 바보같은 생각들
한국에서 도망쳐온 지 어느덧 한달이 되었다. 처음 페낭에 왔을때는 한달만 묵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어느새 이 곳이 익숙하고 편해져 버렸다. 다음 주에 생각하자 다음 주에 생각하자. 하면서 아직 어디로 가야하는지 고민도 채비도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냥 이렇게 페낭에서 한달 더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그런데 도망치자고 마음먹고 나오면 후련할 줄만 알았다. 적어도 떠나온지 한달쯤 까진 그랬다. 근데 역시나 노예근성을 타고난 태생때문일까. 일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상당한 두려움을 준다. 남들과 똑같이 굴러가는 쳇바퀴 안에서 사는 것을 못견뎌 나와놓고선, 이제와서 그런 후회 중이다. 그래도 그냥 그 쳇바퀴를 타고 있어야 맞지 않나.. 그랬다면 이런 두려움은 없지 않을까? 지금쯤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 친구들, 동기들은 성공에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행복할까.
안정적이고 싶은 나와 자유롭고 싶은 자아가 아직 싸우고 있다. 언제쯤 이런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을 지워볼까. 완전히 연락이 차단되면, 그때 나로서 온전히 살 수 있을까. 아 모르겠다. 베스트는 안정적이면서도 자유로운걸텐데 그게 가능했고, 쉬웠다면 모두가 그러고 싶었겠지 하하.
도망쳐온 곳에 낙원이 있다고 시작한 내 에세이는 한달만에 불안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도 꽤 웃긴일이다. 두려움의 근원은 모르겠다. 연속적인 실패를 견디지 못했으면서, 꾸준한 일을 하는 것도 지루해 했으면서.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걸까.
일단은 오늘의 충실하기로 하자. 좋아하는 치킨 커리를 먹는데 2500원밖에 쓰지 않아도 되고, 사치를 부려 먹는 날에는 한국에서 한끼정도의 식사비라는 것. 신선한 과일 주스를 먹는 것에도 천원이면 충분하고, 넘쳐나는 과일을 마음 껏 먹을 수 있다는 것. 두렵다는 생각 말고, 조금 더 좋은 것에만 집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