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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치 May 29. 2024

링크드인 업데이트를 했다.

나 꽤 괜찮았네

말레이시아로 도망쳐온지 어느덧 한달이 훌쩍 넘었다. 푹 쉬면서 그림그리고 글써야지 했지만, 놀면서도 글쓰면서도 내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불안을 어떻게 떨쳐버리지 싶었다. 그리고 다다른 결론은 '그래 일단, 취업 준비라도 해보자.' 였다. 떠돌이 생활이 마냥 내 적성에 맞을 줄 알았는데, 다달이 나가는 호텔값에 여행비자로는 3개월밖에 있지 못한다는 생각에 적응할때 쯤 또 떠나야하는 구나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한 나라에 좀 오래 살아보고 싶었다. 3개월보다도 더, 그럴려면 비자가 필요했다. 


한국에서 커리어가 대단하지 않았던 만큼,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많지 않겠지만 적은 월급이더라도 일단은 이곳에 좀 더 현지인처럼 여행을 느낄 수 있도록 취업비자를 위해 취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잡 사이트는 대표적으로 '사람인','잡코리아'가 있다. 여기도 있겠지만, 일단은 세계 어느곳을 가더라도 쓸 수 있도록 '링크드인'을 정리하기로 했다. 예전에 한번 해외취업이 꿈이었던 시절에 만들어 둔 적은 있었지만, 따로 더 업데이트 한 적이 없었기에 이 참에 업데이트를 했다.


오랜만에 링크드인을 접속하니 분위기가 조금 변해있었다. 예전에는 외국인 아니면, 해외취업을 한 한국인이 대부분이어서 한국말로 된 포스팅도 잘 없었는데, 요즘은 한국분들도 블로그 쓰듯, 스레드 쓰듯이 링크드인에 자기 생각과 커리어활동을 글로 남기고 있었다. 여러 포스팅을 읽고나니, 웬만한 유료구독 매거진 저리가라 할 정도로 좋은 인사이트가 꽤 많았다. 요즘 SNS에 자기생각 올리는 것은 일도아니지만, 인스타그램같은 종합적인 플랫폼에서는 좋은 글을 읽다가도 어느새 알고리즘이 나를 웃긴 콘텐츠로 데려가서 또 실없이 웃으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곤 했다. 


링크드인은 'Career' 테마가 있는 플랫폼이다 보니, 주로 본인의 커리어나 트렌드에 대한 생각 혹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 대부분이기때문에 알고리즘에 다른 글로 넘어가도 비슷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쪼록 그렇게 링크드인의 변화를 본 뒤, 내 커리어를 하루종일 정리해서 쭉 적어내려갔다. 내친김에 포트폴리오 사이트도 좀 만들어서 걸어놨다. 다 적어놓고 보니 어느새 내가 경력이 7년이 넘는다는걸 보고 또 한번 새삼 세월을 실감했다. 나뭔데 나이 30이 언제 이렇게 넘었지. 내머리는 아직 대학교 갓 졸업한 학생같은데.. 쳇.. 나를 이제 어디가서도 신입으로 보진 않겠구나 하니 섭섭하기도 했다. 아직도 신입의 마음으로 여전히 배우고만 싶은데. 


그리고 그 7년의 사회생활 경력이 비록 한 분야에서만 쌓은 것은 아니지만, 나대로 참 많은것을 했구나 생각하며 우울하게 도망치자고 마음먹은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래도 나는 노력을 했던 사람이구나 하며 자신을 조금 토닥일 수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이루지못했다 자책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자신의 커리어를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기업에서 원하는 한 분야에서 오래 쌓은 이상적인 커리어는 아니어서( 다양한 분야를 1년 씩 끊어서 경험.. ), 취업 할 수 있는건가.. 두려움은 또 생겨났지만, 기업은 원하지 않을지 언정 나는 내가 하고싶었던 일들을 차곡차곡 해나갔다고 또 한번 위로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 있는 지금도 그렇고. 한국에선 감옥 같이 느껴졌던 일들이 곳에서는 한번 새롭게 해볼까 하는 용기가 생기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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