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오지 못하는 시간과 감정 속에서.
나는 불 꺼진 방 안에서
어느 오래된 그림자와 마주 앉는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들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나의 가슴 한구석에만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무심히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 한 줄에도,
길모퉁이에서 스치는 바람에도,
오래된 그림자가 스며든다.
애써 외면해도,
마치 잉크가 물 위에 번져나가듯
마음 전체를 잠식한다.
지워내려 할수록 흔적은 더 선명해지고,
도망치려 발버둥 칠수록 나는 더 깊숙이 붙들린다.
사람들은 지나간 계절을 쉽게 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계절은 끝내 막혀버린 길처럼 남는다.
문을 열고 나가려 하면,
다시 제자리로 끌려온다.
햇살과 웃음, 그리고 그 모든 조각들은
이미 과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도 나는 그것을 놓지 못한다.
나는 매일 그 무게에 짓눌리듯 살아간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기척은
결코 잠재워지지 않는다.
발걸음을 옮기려 할수록,
나는 보이지 않는 실에 묶인 인형처럼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한다.
손끝으로 아무리 문을 더듬어도,
출구는 끝내 허상처럼 사라져 버린다.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한 이 감정 속에서,
나는 그저 허공을 향해 몸부림친다.
그러나 몸부림조차 또 다른 굴레가 되어,
더욱 깊은 곳으로 나를 끌어내린다.
빠져나오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결국 또다시 나를 갇히게 하는 울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