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의 고찰
언제부터였을까.
생일이 가까워오면 설레기보다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어릴 적에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력이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마치 나도 함께 닳아 없어져 가는 기분이 든다.
시간은 왜 이렇게도 빠를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열여덟, 열아홉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이를 세는 일이 점점 두려워진다.
분명히 나는 그만큼 성장했을 텐데,
돌이켜보면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일은 아직 멀리 있고,
해야 할 일만 자꾸 늘어나는데,
시간은 내 뒤를 재촉하듯 달려간다.
사람들은 나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과정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내 나이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나는 그 자연스러움 앞에서 낯설고 불안하다.
마치 뒤돌아보니 발자국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긴 길을 홀로 걸어온 듯한 기분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어쩌면,
점점 더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글프지만,
또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게 아닐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면,
그 빠름을 탓하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오늘을 깊이 바라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