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랬더라면

용서조차 받지 못할 때

by 황혼
끝내 닿지 못할 말 앞에서, 노을을 보며…

어떤 말은,

너무 늦게 떠밀려 나온다.

마음 안쪽에서 오래 맴돌다가

손끝까지 겨우 흘러간다.

망설임을 몇 번씩 되감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세상의 바깥으로 내던져진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눈길 하나 머무르지 않는 시간이다.


오늘, 그런 말이 하나 나왔다.

소리도 없이,

이미 많이 묻힌 몸으로

손만 겨우 뻗는 느낌이었다.

그 말은,

어디까지 흘러갔을까.

닿았을까.

아니, 닿았는지를 생각하는 것도

이젠 지친다.


무언가가 멈춘 듯하다.

사람도, 시간도, 내 안의 무언가도, 나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하면,

그건 변명이 될까.

어쩌면 움직이지 않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다리는 것도,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같고,

그렇다고 맞다고 하긴

조금 너무 오래 흘렀다.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쉽게 닫히는 문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오래 닫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그 앞에서

너무 오래 서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 말을

한 번쯤 건넬 수 있었더라면.

아주 잠깐이라도

마음 닿을 틈이 있었더라면 —

그저, 그랬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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