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준비 없던 순간, 아빠가 됐다

by 미온

퇴근길, 현관문을 열었을 때 평소와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웬일인지 문 앞에 서 있는 아내의 손에는 나를 향한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버스에서 잠들었다가 막 깬 탓에 머리는 멍했고,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무심결에 몸을 돌린 순간, 현관문에 붙은 문구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아빠가 된 걸 축하해.”

그 옆에는 아기 모양 풍선과 선명한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장면을 마주한 순간,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고, 뜨거워진 눈시울 너머로 눈물이 천천히 고였다. 설명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이 가슴 한쪽에서 조용히 차올랐다.


이제 겨우 4주 차.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아주 작은 점 같은 존재일 뿐이고, 2주는 더 지나야 겨우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기쁨의 크기만큼 걱정도 앞선다. 부디 아무 일 없이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우리는 태명을 ‘봄이’라고 지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3월에 찾아온 축복. 그 이름이 유난히 애틋하게 입술 끝에 맺힌다.


문득 이 작은 존재가 내 삶의 궤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거창한 건 바라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와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가장으로서 버텨낼 마음의 준비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는 말콩이가 안에서 잘 버텨줄 차례다. 우리, 곧 건강하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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