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간호사의 워라밸

by Beta blocker

한참을 글을 쓰지 않았다.


아이가 많이 아팠고 내 인생에서 이렇게 가슴 아픈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우울한 1년을 보냈다. 지금은 조금씩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고 아이도 원만히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아이는 어린 나이에 자가면역질환 판정을 받았고 현재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니,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지난 10년이 넘는 이민 생활 동안 등한시 했던 건강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시기가 아이로 인해 찾아온 것 같다.


외국 생활 중 아이가 아프면 어쩌나 라는 고민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어 이 주제는 다음에 마음이 정리되면 다른 독립적인 주제로 뽑아 글을 써볼 생각이다.


우리 가족 건강과는 별개로 오늘 글을 써볼 주제는 캐나다의 워라밸이다. 왜냐… 내가 지금 일을 거의 하고 있지 않아서이다.


그렇다고 “ 아 ~ 캐나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쉬운 나라인가 보다~“라는 착각을 하지 말기를. 어디까지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직종과 각 가정의 처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보다는 그나마 사람 사는 상식이 통한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까. 그리고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그에 따른 나의 개인적 경험담을 쓸 예정이다.


좌우지간 나는 현재 파트타임도 아닌 캐주얼로 일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말 그대로 working casually이다.


아이가 입원하고 나서 급하게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고 매니저의 권유에 따라 Family caregiver leave를 신청하여 최장 4개월을 쉬었다. 이것은 병원에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에서 시행하는 법인데 가족 중 누군가 아프고 내가 케어를 해줘야 할 때 일자리를 잃지 않고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물론 무급이다. 하지만 무급이라도 어딘가… 잘리지 않고 아이의 케어에만 몰두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받지 못한 급여는 나중에 정부를 상대로 EI (emplyment insurance)를 제출하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빵빵한 paper work를 제출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거짓으로 캐나다 정부의 돈을 빼먹으려는 생각은 죽어도 하지 말기 바란다. 캐나다는 실수에는 너그럽지만 거짓말에는 너그럽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직접 체감하지 않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은 당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나의 기준이고 Full timer 들은 또 다른 시나리오가 있음을 밝힌다.


여하튼 나는 4개월을 아이의 케어에 집중했으나 나와 남편은 아이를 위해서 내가 잠시 일을 내려놓기로 결정을 했다. 남편은 월-금 풀타임으로 일하는 상황이고 이래나 저래나 우리 가족의 가장 안정적인 수입원이자 benefit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최선이었다. 이것에 대해 나와 매니저는 진지한 상의를 했고 결국은 캐주얼 널스로 현 unit에 남기로 했다.


캐나다 널스는 크게 full time line, part time line 그리고 나같이 가끔 일하는 casual nurse 가 있다. 더 자세히는 각 유닛마다 다르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겠다. 나는 sick call 이 있거나 무슨 이유로든 널싱스텝에 구멍이 있을 때 연락을 받으면 그것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거절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병원과 유니온(노동조합) 간의 계약에 따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오늘 시간을 내어 캠핑을 다녀오고 난 뒤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캐주얼 널스로 일하는 덕분이다.


얼마 전 매니저와 일대일, 1년에 한 번씩 하는 상담을 했다. 매니저는 일과 가정 사이에 발란스를 잘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절대로 개인적인 것에 대해 선을 넘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 친절하게 언제든 full time이나 part time vacancy 가 있으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해주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일하는 유닛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현재 일하는 유닛은 트레이닝도 힘들고 일 자체도 힘들어 항상 널스들의 턴오버가 빠르고 많은 곳이므로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트레이닝이 된 한 사람이라도 잡아놓는 것이 이득인 곳이다. 매니저의 친절은 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유닛의 상황에서 나온다는 것을 눈치 있게 간파해야 한다. 작은 유닛이나 외래에서 일한다면 모든 것은 완전 다른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쓰고 나니 브런치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는 긴 글이 되어버려 이쯤에서 오늘의 주제는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한국도 내가 떠나온 그때보다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막상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들과 통화를 해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지인들은 가정생활과 일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자괴감이 들 때가 있지만 아이가 건강을 잃고 불행하다면 과연 내가 떳떳하게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나 자신에게 냉정히 물어본다.


엄마라는 타이틀은 아이를 놓는 것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무겁게 얻어지는 것임을 오늘도 느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캐나다에서 다르고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것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