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 연결된 존재들

by 미농



평범한 어느 날,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글 쓰는 게 왜 좋아?”



그리고 친구는 말했습니다.




“...있어 보여서.”




‘있어 보인다’는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저에겐, 그 대답이 묘하게 남았습니다. 있어 보인다는 것이 뭘까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무언가'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의미.



겉으로 무언가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욕망, 그건 어쩌면 현대를 사는 인간 모두의 욕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언가를 소유해야 존재할 수 있는 시대, 관계마저도 선택과 연출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사회에서

‘있어 보인다’는 말은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불안한 시대의 자존을 유지하려는 방식이기도 하겠죠.


이 지점에서 저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의 소제목 중 등장한 키워드, ‘1.5 가구’를 떠올렸습니다. 혼자이되 완전히 혼자가 아닌 삶, 자유로우면서도 연결되고 싶은 인간의 모순된 욕망이 그 안에 담겨 있다고 느꼈습니다. 가족이라는 전통적 울타리가 약해진 시대, 우리는 ‘있어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하는 나’를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관계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이후의 사회, ‘1.5 가구’ 시대의 도래


한때 가족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사회 단위였습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속하게 되는 공동체였고, 개인의 삶은 ‘가족의 기대’와 함께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이 틀은 빠르게 흔들렸죠. 사람들은 더 이상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안전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의 불평등과 희생, 역할 강요를 벗어나고 싶어 하죠.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Ulrich Beck)는 이를 ‘개인화(individualisation)’라 불렀습니다. 전통적 구조나 계급, 가족의 틀로부터 개인이 해방되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게 된 상태를 말합니다.

가족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이제 개인은 자기 삶의 기획자이자 책임자로 서게 됩니다. 하지만 완전한 독립은 때로 외로움을 낳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되길 원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등장한 새로운 형태가 ‘1.5 가구’인데요.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이를 “혼자이되 완전히 혼자가 아닌 삶”이라 정의합니다.


1인 가구의 자율성과 2인 이상의 관계성이 공존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주로 부모와 따로 살지만 생활비를 공유하거나, 친구와 거리를 두되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식입니다. 가족의 형태는 해체되었지만, ‘감정적 공동체’로서의 새로운 연대가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현대의 가족은 더 이상 혈연 중심이 아닌 것을 우린 깨닫게 됩니다. ‘함께 선택한 관계’로 존재할 때 지속됩니다. 우린 이는 개인화 사회가 찾아낸 새로운 생존 방식임을 알게 됩니다. 가족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는 사회—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고독을 인정하며, 유연한 연결로 다시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불안한 전환의 시대 속에서도 각자의 자유가 서로의 자유와 부딪히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자리 잡게 되길 바라겠죠.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 이후의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할 때, 누구와 있을 때,
당신은 나로 온전히 존재한다고 느끼나요?










삶의 주인이 나 자신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025. minong All rights reserved.

No AI Training / No Unauthorized Use.

작가의 이전글복되게, 티없이 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