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적 통찰로 본 주체적 삶의 재설계
현대 사회에서 '웰니스'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1961년 미국의 의학자 핼버트 던(Halbert L. Dunn)이 처음 주창한 이 개념은 신체적 건강(Fitness)과 정신적 행복(Well-being)의 결합을 의미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웰니스는 고가의 레깅스, 세련된 비건 레스토랑, 값비싼 명상 앱으로 치환되곤 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현대인을 '소비하는 존재'로 정의했다. 웰니스조차 '구매 가능한 상태'로 전락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안녕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웰니스라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안도감을 얻는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건강은 우리가 '가지는(Having)' 것인가, 아니면 '행하는(Doing)'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20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웰니스'를 대체할 우리말로 ‘멋지음’을 선정했다. 단순히 외래어를 순화한 것이 아니다. '멋지음'은 미학적 가치인 '멋'과 역동적 행위인 '지음'의 결합이다.우리는 흔히 미(美)를 말할 때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쓴다. 어원을 살펴보면 '아름'은 '알다(知)'에서, '다움'은 '답다(격조)'에서 왔다. 즉,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앎'에서 시작되어 나다움의 '격'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결국 '멋지음'은 외부에서 규정된 건강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고유한 '멋'을 삶의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선언이다.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명사를 동사화한 ‘멋짓다’라는 태도에 주목한다.
*멋은 한국인이 ‘미적인 것’을 가리킬 때 ‘아름다움’·‘고움’과 함께 사용하는 미학용어이자 문학용어이다.
*‘아름’은 ‘알다’의 활용형인 명사형으로서 미의 이해 작용을 표상한다. 그리고 ‘다움’은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답다’의 활용형으로서 ‘격(格)’, 즉 가치를 말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지(知)의 정상(正相), 지적 가치를 말한다는 풀이가 있다. 이에 따른다면, ‘아름다움’은 알음[知]이 추상적 형식 논리에 그치지 않고 종합적 생활 감정의 이해 작용에 근거를 둔 것을 뜻하게 된다.
우리말에서 '짓다'는 단순한 제작(Make)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어 사전적 정의와 민속학적 관점에서 '짓다'가 쓰이는 용례를 살펴보면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의식주(衣食住):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다. 생존의 근간을 만드는 행위다.
정신과 창조: 글을 짓고, 이름을 짓고, 노래를 짓는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창조적 행위다.
감정과 표정: 미소를 짓고, 죄를 짓고, 농담을 짓는다. 인간의 내면이 밖으로 투영되는 행위다.
'만들다'가 결과물의 완성에 집중한다면, '짓다'는 재료를 고르는 정성부터 완성된 결과물이 가져올 파동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전인적 과정이다. 따라서 삶을 '멋짓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을 재료 삼아 최고의 정성으로 자기다운 삶을 건축해 나가는 수행적 태도를 의미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의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은 자율성(Autonomy)이 확보될 때 극대화된다.
'멋짓는 삶'은 바로 이 자율성의 극치다. 웰니스가 '남들이 좋다는 것을 나에게 이식하는 과정'이라면, 멋짓는 태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다.
미적 주체성
사회가 정한 '표준 건강'이 아닌, 내가 정의하는 '나다운 멋'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과정의 미학
결과로서의 건강(명사)에 집착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행위(동사)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정성의 회복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밥을 짓듯 느리지만 정성스럽게 자신의 루틴을 지어 나간다.
이제 우리는 웰니스라는 명사의 틀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건강한 상태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를 끊임없이 검열하게 만들지만, '나는 오늘 내 삶을 멋짓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삶을 멋짓는 것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다. 오늘 내가 먹을 음식을 정갈하게 차려내고, 내가 머무는 공간의 먼지를 털어내며, 내 마음의 결을 다스리는 글 한 줄을 짓는 것. 그 모든 '지음'의 순간들이 모여 '나'라는 유일무이한 작품이 완성된다. 당신은 오늘, 당신의 삶을 어떻게 멋지었는가? 당신의 매일이 아름답게 건축되기를, 당신의 '멋짓는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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