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간호사가 왔다

엄마를 살리고도 싶고 죽이고도 싶지2

by 소요

죽은 건지 살아있는 건지 묻고 싶을 정도로 며칠 동안 엄마는 말 그대로 침대에 딱 붙어 와상 환자로 있었다. 겨우 눈을 떴을 때 아빠와 나는 오랜만에 할 일이 생긴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엄마를 일으키고 우리가 고안한 특유의 방법으로 화장실로 데려갔다.


아이씨.


욕이 나왔다. 분명 욕창이었다. 욕창이 정확히 뭔지 몰랐는데도 보는 순간 욕창이라는 걸 알았다. 욕창. 그런 게 있다는 걸 듣긴 들었다. 어렴풋이 욕창이 와상 환자들이 움직이지 못해 살이 썩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전동 침대며 휠체어 같은 복지용구를 잔뜩 들여올 때 복지용구점 사장님이 욕창 매트리스도 하셔야 할 텐데, 하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었다. 그때도 욕창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마 그런 무시한 것까지 가겠어, 생각했다. 욕창이라는 말 자체가 싫었다. 욕, 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그런가 그 어떤 병명보다도 혐오스러운 말처럼 들렸다.


피부의 붉은 반점이 있었고(혈류가 고인 곳?) 피부 아래 정체를 알 수 없는 단단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수포가 생긴 것이다. 겁이 났다. 아빠는 병원에 데려가야 하지 않냐고 했고, 나는 어떻게 데려가냐고 했다. 우리 둘이서는 병원에 데려갈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데려갈 수 있는 곳의 최대치는 침대에서 한 열 걸음, 아니 엄마 걸음으로 스무 걸음 정도 가면 되는 화장실이다. 병원에 가려면 동생이 와야 한다. 정확히는 동생 차가 와야 한다. 높이가 높은 아빠 차에는 엄마를 태울 수가 없다. 아니면 구급차를 부르던가. 머리가 복잡했다.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엄마 욕창 생겼어. 속상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집에 가고 싶어. 당신에게 가고 싶어.


이런 말은 결혼은 물론 연애할 때도 해본 기억이 없다. 남편에게는 늘 강한 척을 했고 남편도 나의 강한 리더십에 이끌렸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남편은 문자로 딱히 위로가 되지 않는 뻔한 위로의 말을 잔뜩 보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카톡 소리와 함께 돌아왔다. 남자는 여자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공감하기보다 해결책을 내놓는다고 했던가. (사실 나는 여자지만 그런 편이다. 이 말은 우리 모두 공감에 서툴다는 말이 아닐까) 역시 공감보다는 방법에 해당하는 것 같은 방문간호센터 연락처를 보내주었다. 여기 전화 한 번 해보라고.


방문 간호사? 나는 집에 누가 방문하는 게 싫다. 그래서 방문 요양보호사도 안 받고 있다. 그럴 바에는 구급차 불러서 병원 가지. 내가 방문을 싫어하는 건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했는데 그때 정말 너무 창피했다. 선생님들은 나의 말과 태도를 보고 자기들 마음대로 부잣집 딸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게 아닌데 아니라고는 말 못 하고 속으로 전전긍긍했다. 그러다가 가정 방문으로 탄로 날 위기에 처하면 나는 끙끙 앓았었다. 우리 집은 시장통 허름한 가게에 살림 집으로 붙어 있는, 그러니까 주상복합이었다. 그런 곳에 진짜 부잣집 딸 같은 선생님이 방문해서 내가 부잣집 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싫어서 늘 도망가 있곤 했다. 그래서 방문은 싫다. 하지만 이제 방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센터에 전화를 했다. 우선 건강보험공단에게 가서 방문간호 신청하라고 했다. 아빠가 다녀왔다. 다시 센터에 전화를 했다. 이제는 의사에게 방문간호지시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병원에 갈 수 없어서 방문 간호를 받는 건데 다시 병원에 가라고? 마음 좋은 의사는 사진만 가져가면 그냥 써주기도 한다면서 병원이 어디냐고 물었다. 서울이다. 서울? 아고, 너무 머네요. 그리고 대학병원에서는 해줄지 모르겠어요. 여기에는 없어요? 다니시던 병원? 있어요. 처음에 갔던 병원, 근데 거기 의사가 불친절해서 가기 싫어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엄마가 아픈 데 가서 받아와요. 혹시 한의사도 되나요? 한의원도 다니나요? 네 병원에서 뾰족한 수가 없어서 한의원도 같이 다녀요. 그럼 한의사에게 써달라고 하세요. 근데 거기도 서울이에요. 근데 왜 한의원을 서울까지 다녀요? 거기가 엄마 병을 전문으로 한다고 해서. 아, 어쨌든 받아 오셔야 제가 갈 수 있어요. 한의원에 연락했다. 흔쾌하게 해 주겠다고 했다. 한의원에서 먹는 비싼 약이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친절하고, 이런 자잘한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그렇게 방문간호지시서를 받고 급히 집 청소를 했다. 나는 집에 누가 온다고 하면 청소를 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방문간호사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친절하네) 아이고, 어먼님 참 예쁘시네요. (뭐 환자한테 저런 말까지 하지...) 따님이 간호를 하시니까 어머님이 참 관리가 잘 되신 것 같아요. (관리?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속으로 흐뭇해한다) 젊은 분들이 하면 역시 다르더라고요. 제가 손을 씻고 와서 어디 좀 봐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매뉴얼에 꽤 충실하네. 앗 근데 욕실 청소까지는 못했는데…난 손님이 오면 화장실부터 청소하고 새 수건으로 갈아놓는데 이번에는 그거까지는 생각 못했다) 자, 이제 제가 좀 볼게요. 아, 여기 수포가 생겼구나. 어머님, 아프셨겠어요. 그래도 심한 것은 아니어서 치료하면 금방 나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해요. 욕창 방지 매트리스랑 방석 모두 사용하셔야 해요. 그건 제가 이따 알려드릴게요. 제가 일단 소독하고 약 좀 발라드릴게요. (연고는 미제의 캐러멜 같은 색이었는데 눈으로도 텍스처가 느껴지는 신고한 약이었다) 따님이 젊으시니까 나중에 제가 가르쳐드리면 직접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메디폼 아시죠? (그런 거 첨 들어본다) 그거도 사두세요. 제가 이따 링크 보내드릴게요. 자, 어머니 소독할게요. 좀 따가울 수 있어요.


심한 것은 아니라는 말에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제야 방문 간호사가 들고 온 명품 가방이 눈에 띄었다. 하얀 가운 안에 브랜드 스웨터를 입고 엄마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하는 말들은 우리 집을 환히 밝혀주는 불빛이었다. 엄마가 안 좋았던 며칠 동안 아빠와 나는 정말 동굴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하얀 가운을 입고 친절한 말투와 태도를 겸비한 간호사는 우리에게 나이팅게일이 따로 없었다. 방문 간호가 끝나고 남편에게 말했다.


방문이 사람 죽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싫어했나 몰라. 방문 간호 괜찮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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