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실이 되어버린 소설 속 이야기

엄마는 많이 아프고 나는 [꿈을 꾼다]

by 소요

매일 악몽을 꾼다.


엄마가 죽는 꿈

엄마를 죽이는 꿈
내가 엄마를 죽이는 꿈
아빠가 엄마를 죽이는 꿈

엄마가 우리를 죽이는 꿈


꿈은 무의식의 통로라고 했던가. 맞다. 냉정하게 말하면 엄마는 죽어가고 있는 중이고, 간병이 길어지고 병세가 악화되면서 이럴 바엔 엄마가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편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엄마를 간병하는 것 자체가 이미 엄마를 죽인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오래 전 읽었던,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 밤에 눈물을 삼키던 책 <몬스터 콜스>를 다시 꺼내 읽는다. 그때는 그저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나의 잔인한 현실이 되었다.


부모의 이혼, 암으로 죽음을 앞둔 엄마, 재혼하고 떠난 아빠. 권위적인 할머니. 이런 사정이 알려진 뒤 13살 코너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롬힘을 당하다가 언젠가부터 배려 아닌 배려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투명한 아이가 되어 있다. 그야말로 코너에 몰려있는 코너는 매일 밤 몬스터를 만난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엄마를 낫게 하려고 온 게 아니라 너를 낫게 하려고 왔다면서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감춰진 너의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한다. 코너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엄마를 간절하게 구하고 싶은 동시에 엄마가 세상을 떠났으면 했다. 너무 힘들어서 이 고통스러운 현실이 끝나길 바랬다.


"네가 엄마를 놓았다. 너는 엄마를 더 오래 잡고 있을 수 있었지만, 엄마가 떨어지도록 했다. 네 손을 놓아서 악몽이 엄마를 데려가게 했다. 엄마가 떨어지기를 바랐다."


엄마를 살리고도 싶고, 죽이고도 싶은 코너의 고백은 엄마를 간병하고 있는 나에게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진실이다. 엄마는 나에게 무한정의 사랑을 베풀고, 무한정 좋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엄마에게 유한한 사랑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렇게 특별히 좋은 사람도, 그렇다고 특별히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가여운 사람일 뿐이다. 나는 내 안의 몬스터를 일찍부터 알아차렸고, 아예 없앨 수는 없다는 걸 깨닫고 데리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를 간병하면서 너무 일찍 몬스터를 부르고 말았다. 엄마의 사랑을 받을 때는 좋았지만, 가족이라는 의무를 다해야 하는 순간에는 그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피하고 싶은지를 알게 되었다. 늙고 병들고 아픈 엄마를 돌보면서 하루 하루 매순간 양가감정을 느낀다. 엄마를 살리고도 싶고, 그냥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고, 엄마가 이런 나를 이해할 거라는 합리화도 한다. 말을 못할 뿐이지 엄마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엄마는 내 숨소리만 들어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니까. 나는 양가감정을 숨기기는커녕 때때로 드러낸다. 코너 엄마가 코너에게 이렇게 말한다.


"필요한 만큼 화를 내도 돼. 아무도 너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할 수 없어. 외할머니도, 네 아빠도, 그 누구도. 뭔가를 부숴야 한다면, 부디 제대로 속 시원히 부숴라.


만약에 언젠가, 이때를 돌아보고 화를 냈던 거에 후회가 들더라도, 엄마한테 너무 화가 나서 엄마랑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던 게 후회가 되더라도, 이걸 알아야 한다. 코너. 그래도 괜찮았다는 걸 말이야. 정말 괜찮았다는 걸. 엄마가 알았다는 걸..."


그리고 코너가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 몬스터는 코너에게 말한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너는 고통이 끝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네 고통. 고통 때문에 네가 받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내가 엄마에게 아무리 험한 말을 하고 못 되게 굴고 나쁜 생각을 해도 엄마도 늘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괜찮다. 이해한다. 넌 최선을 다하고 있어. 고마워. 힘들게 해서 미안해. 너무 애쓰지 마. 너는 엄마의 소중한 존재야. 절대 널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랑해. 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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