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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Jul 05. 2024

너 어디 살아?

네가 사는 곳에 가보고 싶어

학교 가면서 전화를 한다. 대략 8 10분에서 8 30 사이. 그런데 9시가  되어가도록 전화가  온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늦잠을 잤나? 시험 망했다고 학교에  가나?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애는? 학교 갔지. 전화  받던데? 친구가  앞까지 와서 같이 학교 간다고 했어. 친구랑 같이 가느라고 전화  받나 보네.


딸은 친구들에게 미지의 소녀이다.  어디 살아? , 저어기,  아래, 아파트는 아니고 주택, 혹시 디스케이프라는 카페 알아?  근처인데. 무슨 아파트  단지, 처럼 명확하게 설명이   되는 곳에 살다 보니 딸은 설명하느라고 애를 먹고, 설명이   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베일에 싸인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호감이 생기고  친해지고 싶을  아이들이 딸에게 하는 말이, 네가 사는 곳에 가보고 싶어,  .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설명이 어려운 만큼 찾아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집까지 오는 대중교통이 마땅치가 않고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편도 30, 왕복 1시간 거리이다 보니 학원으로 바쁜 아이들의 일정상 방과 후 오기가 어렵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학원까지 째고 자전거를 타고 부모님과 와본 적 있다는 디스케이프 카페를 랜드마크 삼아 찾아온 아이가 있는데,  아이는 지금까지 딸의 절친으로 지내고 있다. 반이 바뀔 때마다 서로 신상을 파악하고 저마다의 탐색전을 벌일  딸이 사는 곳을 궁금해 하는 친구들이 있긴 했어도 집까지 찾아온 친구는 없었다. 오랜만에 그런 친구가 생긴 셈이다. 그것도 바쁜 등교 시간에.


어디쯤 갔을까? 등교길에 흔한 참새와 직박구리, 그리고  모를 여름새들의 호위를 받으며 걷고 있겠지. 소리를 아는  가지 이름은 말해줄 수도 있고. 너는 그런 이름을 어떻게  알아? 친구가 물으면 아빠가 새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거고, 그 친구는 신기해할 수도 있다. 길가의 고깃집이 맛있지만  비싸다는 얘기도 해주려나? 회색의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서  이름을 런지는 설명해줄  같아. 얼마 전에 지었으니까. 도토리가 여무는  안에 빨간 지붕 교회가 있다는 사실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  같아. 그쯤 가면 수다가 한창일 테니까. 울창해진 벚꽃길을 지나면서 올봄 벚꽃길이 한창일  친구들은 모두 학원 가고 같이  사람이 없어서 혼자 소풍을 왔었다는 애기는  해줄 거야. 외로운 속내는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으니까. 빠른 길을 두고 굳이 정자가 있는 공원을 가로질러 돌아 돌아 가겠지. 조금이라도  수다 떨고 싶을 테니까. 나중에 친구랑 무슨 얘기했어? 물어보면 그냥 수다 떨었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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