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이연중
(풍경 11)
어둠 깊어 달 밝은 밤.
하얀 바람 불어온다.
산 아래 마을에 눈 내린 듯
무서리 은은하고
허연 장독대도 한밤중이다.
타다 남은 아궁이 잔 불가에.
멍 하니 쭈그려 앉아 있고.
흰 광목 펼친듯한 마당에는
정결하게 시든 국화 향기.
소박한 달빛에 젖어있다.
시집간 춘선이는 잘 사는지
정남이는 몸 성히 잘 지내는지
사그라지는 잔불처럼
이 생각 저 생각 희미해져 가고
부뚜막에 기댄 밤이 조을듯이 한가롭다.
이연중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