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이연중
영혼의 그림자
나를 따르는 빛과 어둠은
침묵으로 나를 지키고
한 몸으로 태어난 그대는
나를 위로하는 영혼의 그림자
석양노을 빛날 때 뒤돌아 서면
아쉬운 미련으로 길게 늘어뜨린
나보다 더 야윈 그림자 앞에
하고 싶은 말은 의미를 잃는다
빛은 나를 세우고
낯선 거리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림자만 남는 적막한 세상에는
달빛에 기댄 나보다 더 쓸쓸한 모습으로
어느 가을 찬바람 이는 저녁
추적 거리는 빗소리에 젖어
긴 그림자 외로이 늘어뜨린 채
침묵으로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