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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Aug 26. 2024

이령의 꼴통성장실화 -꽁트1탄
-난 누나다

 시골아이들이 으레 그랬듯 비드는 날이면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놀았다. 굼벵이를 이홉들이 소주병에 담아오거나 물뱀이 미꾸라진 줄 알고 꼬리를 잡아당겼다가 엄마가 기겁하는 일 정도는 우리 남매에겐 다반사였다. 격하게 금술이 좋은 부모님 덕에 딱 10개월 터울의 남동생은 자주 지가 오빤 줄 착각했고 나를 꼬봉삼아 데리고 다녔다.


 미꾸라지를 잡을 땐 소쿠리 담당, 당수나무 올빼미(울 동네 뱀장수 석이 아버지에게 한 마리당 5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애정하던 돼지바는 50원, 버스비가 60원인걸 감안하면 꽤 짭잘했다.)를 잡을 땐 나무아래서 목 빠지게 우리의 거사를 기원하는 응원담당, 뒷집 혹부리 옥이 할매가 혹보다 큰 눈알을 부라리며 지키던 과수밭 사과 서리를 할 땐, 망보는 담당이었다.


 가끔 거사가 성공할라치면 늘 주인공이던 의기양양 남동생 덕이었고 또 실패할라치면 늘 꼬봉이던 나의 소치였다. 아빠에게 들키는 날이면 생물학적으로만 누나인 나의 과오는 배가되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어마무시한 무게를 자랑하는 톱밥으로 만든 밥상을 들곤 뉘우칠 때까지 벌을 서곤 했다. 누나라는 이유로 벌서는 시간은 남동생보다 늘 10분 정도 더 부과 되곤 했는데......


 '거사는 지가 기획하고 벌은 내가 더 선 다는건 불공평해' '벌 서다가 내가 기절하면 아빠가 평생 후회 할거야' '오늘은 죽는 한이 있어도 잘못했다 안할거야'


 평소 호기로운 남동생의 반성은 생각보다 빨랐다. 눈뮬 콧물 줄줄 흘리던 동생은 아버지의 측은지심을 심각하게 자극했고 곧 무시무시한 톱밥 밥상에서 물러났다.


 "령아! 넌 누난데 동생 데리고 다니면서 장난치면 안된다. 잘 못했지? 잘못했다면 밥상 내려라"

억울했다. 너무~~

절대 내릴 수 없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10분, 20분, 30분 후......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난 지구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데 동생은 엄마 아빠 곁에서 희죽거리며 밥을 쳐 드시었다. 그 날 난!


 약올라 죽을 뻔 했다. 팔 빠져 죽을 뻔 했다. 그래도 깡다구는 내가 명백히 누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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