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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Aug 26. 2024

이령의 꼴통 성장 실화-꽁트2탄

-사랑은 별자리처럼

 사업실패로 야반도주한 아버지를 따라 정착한 곳은 하루 딱 2번만 버스가 다니는 깡촌이었다. 등교할라치면 새벽 6시 첫차를 타야했다. 10분 거리인 종점, 아래마실까지 걸어야했다. 다행이 겨울 새벽 하늘엔 나보다 더 추워보이는 별들이 총총했다.


 오리온 자리는 모래시계를 닮았다. 세 번 오리온자리 모래알 같은 별들을 쏟아 부으면 종점까지 닿을 수 있었고 북쪽 하는 베텔게우스 자리는 붉게 빛나고 반대쪽 리켈은 청백색을 발했다. 오리온 자리 좌우측엔 큰개와 작은개 자리가 껌뻑거렸고 베텔게우스와 선을 이으면 대 삼각형이 생겨나기도 했다. 난 손가락으로 성운들을 긁어보아 그 삼각형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곤 했다. 새벽 별자리와 노는 상 또라이는 그렇게 시골스럽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기사 딸린 자가용을 타고 유치원에 다니던 난 순식간에 달래 캐고 머루 따는 시골 초동으로 변모했다. 핫핑크 애나멜 구두, 부르뎅 아동복, 레이스 양말은 점점 우주 저 너머 먼 나라 딴나라 이야기가 되어갔다.


 뗏 국물에 절은 면 티셔츠에 빵구 난 양말 석달 열흘은 씻지도 않았을 턴 손의 짝지 석이랑 한 책상을 쓴다는 건 마치 8피트 컴퓨터(당시엔 8피트 가정용 컴퓨터 시절있었다.)로 테트리스, 갤러그 32탄을 완파하던 도시꼴통이 마사이족 족장의 아들과 친해지는 일과 같았다.


 "니는 어디 살다 왔노?" "니는 말 몬 하나?"

"......." 

석이는 착했다. 

"넌 손도 안 씻니? 책상 선 그은 쪽으론 넘어 오지마!"

난 늘 싸가지 밥 말아 먹었다.


 석이는 주구장창 쌀쌀한 싸가지에게 변함없이 극진했다. 청소시간 대걸레를 망가지게 했을때도 흑기사를 자처했고 매일 버스 빈자리를 양보해주기도 했다. 서서히 감동하기 시작한 난 석이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쌀쌀맞은 척 했지만 석이가 반경 10M를 벗어나면 불안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린 모종의 애증이 싹트기 시작 했는데......


 일년 전 나처럼 애나멜 구두에 브르딩딩한 원피스에 레이스 양말을 신고 반짝반짝 등장한 서울내기 성애가 전학 오기 전까진~~


 그때 알았다. 

 별은 피고지는데 일년을 주기로 한다는 걸! 사랑은 별자리처럼 시나브로 변한다는 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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