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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Aug 26. 2024

이령의 꼴통성장실화-꽁트3탄
-흑! 똥개야~

 뒷집 옥이네 감은 대봉이었다. 우리집 마당귀 참감보다 서너배는 알이 실했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호시탐탐 엿보던 우리 남매는 옥이할매가 시내 장에 푸성귀를 팔러 간다며 아래마실 종점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 오늘은 기필코 대봉 홍시의 맛을 보자며 의기투합 했고 요소포대까지 준비 했다.


 똥개 혓바닥 빛깔의 가죽나무 이파리들이 승전기처럼 펄럭이고 똥개 발바닥 크기의 은개나무 이파리들은 하늘에 성큼성큼 푸른 도장을 찍으며 우리의 거사를 응원하듯 나부끼는 가을이었다.


 "누나야, 대봉따러 가자! 할매 아까 장에 갔다."

 "아빠가 서리하면 안된다 캣는데"(그러거나말거나)

"니는 망만 봐라! 내가 다 책임질께"

(남자들의 이 얼토당토 아니한 호기는 믿을만하지 않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내가 올라가서 흔들면 누나는 밑에서 포대에 담아라"


 키도 덩치도 목소리도 나를 압도하는 남동생은 늘 우리들의 거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합리적 카리스마( 그가 기획하는 모든 일들이 당시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으므로^^)를 갖춘 상관이었고 우리집 똥개, 검둥이와 난 남동생의 충직한 쫄이었다.


"이노무 자슥들! 당장 안내려 오나!"

앗뿔사! 분명 아침나절에 할매 장에 갔는데......


 옥이할매가 부짓깽이를 들고 마고할미의 자세로 달려오는 것이다. 나무위에서 얼어붙은 남동생을 돌아 볼 겨를 없이 걸음아 날 살려라 검둥이와 난 당수나무를 돌아 아래마실 회관까지 줄행랑을 쳤다. 할매가 지팡이에 의지해 여기까지 닿으려면 한나절을 걸리겠지. 일단 똥개와 난 살았다.


 아래마실 회관마당에서 미애와 병옥이 주희가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었다. 당시 울동네 고무줄놀이계의 대모였던 난 방금 전 상황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대모답게 10단계까지 성공하며 고무줄 놀이에 빠졌다. 


 산동네 집집마다 굴뚝연기가 피어오르고 소여물 익는 냄새가 몽글거리고 서산으로 붉새가 타오르자 난 집으로 향했다. 똥개도 나도 배가 고팠으니까. 지금쯤 엄마가 저녁을 맛있게 준비했을거야 ㅎ


 그날 우리집 똥개와 난 저녁밥은커녕 그 어마무시한 톱밥 밥상을 들고 눈물콧물짜며 벌을 써야했다.(똥개는 아빠에게 이단옆차기 세례까지 받았다.) 

 지가 다 책임진다던 남동생은 맛나게 밥을 쳐 드시는데 똥개와 난 부등켜 안고 굶주림을 견뎌야 했다.


 죄목은 남의 집 감을 훔치고자 모의한 죄!

동생을 볼모로 두고 지혼자 살려고 내 뺀 죄!

-인정할 건 인정하지만 난 깨달았다.


 개든 사람이든 주인 잘못 만나면 개고생 한다는 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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