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는 겁쟁이
우리는 처음에 미르가 짖을 줄 모르는 줄 알았다.
산책을 나가면 다들 예쁘다고 귀엽다고 다가와 만져도 가만히 있었고, 집에 세탁소나 음식 배달 등으로 방문객이 잠깐 와도 전혀 짖지를 않았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면서 초인종만 울려도 짖고 누가 오거나 우리가 나갈 채비만 해도 짖게 되었다.
물론 우리가 개를 처음 키우며 경험도 없는 가운데 공부도 하지 않고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탓이 제일 크다.
우리는 방어적으로 초인종이나 인터폰을 꺼두는가 하면, 최대한 방문객이 없도록 하고 외출할 때는 간식을 주어 먹는 동안 재빨리 나가곤 했다.
우리는 미르를 가르치고 길들이기보단 떠받들고 살았던 셈이다.
병원에선 여태 본 강아지 중 제일 착하다고 하며 미르도 짖을 때가 있냐고 물어서 웃기도 했다. 주사나 시술 같은 처치에도 저항하지 않고 납작 엎드려 다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산책을 나가도 다른 사람들을 보고 짖지는 않는다. 다른 개를 발견하면 내 꽁무니 뒤로 숨는다. 나도 다른 개와 맞닥뜨리는 것을 피하는 편이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른 길로 돌아서면, 슬쩍슬쩍 뒤를 확인하며 얼마나 빨리 도망치듯 걷는지 우스울 정도다.
한 번은 내가 딴전을 피우고 있다가 못 본 새에 다른 강아지가 피할 겨를도 없이 미르에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조용히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하며 나는 얼음이 된 미르를 안아 올려 버렸다.
물론 그 강아지는 너무 착해 다행이었고 견주 분께도 우리 강아지가 사회성이 부족해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양해를 부탁드렸다.
내가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게을러서 미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지도 못했고, 나 역시 다른 개들과 접촉하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당연한 결과다.
차를 타고 가다 비가 와서 와이퍼를 작동하면 그것도 무서워하고, 병원에 갈 때는 딱 알고 차 타서부터 진료실 들어갈 때까지 벌벌 떤다. 다른 강아지들처럼 바닥에 내려놓으면 큰일 난 것처럼 안아달라고 조르고, 의자에 같이 앉아 있자 해도 엉덩이를 내 무릎 위에 올리느라 애쓴다. 난 또 그러면 언제나 안고 있어 준다.
목욕도 무서워해서 자기 수건을 꺼내기만 해도 알아채고 테이블 밑으로 숨는다.
미르는 산책하다가도 아스팔트 색깔이 다른 부분이나 맨홀 뚜껑 같은 게 있으면 그것도 피해 걷는다.
밖에서는 이러다가 집에선 초인종 소리만 들어도 큰 소리로 짖고...
그러니 겁쟁이 쫄보가 아닌가!
강아지는 주인을 닮는다 하니 나도 겉으로는 당당한 척 쿨한 척 위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소심한 겁쟁이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겁쟁이여도 괜찮아! 미르♡
용기를 갖고 한 발자국씩 내딛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