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불러서 모교의 지방 캠퍼스에 방문한 적이 있다. 교수님이 불렀으니 별생각 없이 갔다가 후배들을 소개받았는데, 취업 관련해서 좋은 얘기를 해달라는 자리였다. PO가 뭐 하는 사람이냐면부터 시작해서 스타트업 팀이 어떻게 구성되고 각 포지션은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등을 생각나는 대로 설명해 주고 돌아왔다. 그중 어떤 후배는 내 번호를 받아가기도 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더니 뜬금없이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 거냐는 식상한 질문을 했다. 아마 당신은 성공해 봤고, 그 길을 알고 있을 테니 지름길을 알려달라는 의도의 질문이었을 테다. 하지만 나는 그냥 내 생각을 말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공부에 목메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저보다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더 많아요. 서울대 졸업생이 매년 3500명씩 나와요. 후배님은 지방대를 졸업할 거고, 이미 남들보다 뒤처져 있는 공부로 승부 보는 건 불리한 게임을 계속하는 겁니다. 그리고 돈이라는 건 어떤 자격증이 있거나 토익을 만점 받아서 많이 버는 게 아닙니다." 후배는 예상외의 답변이라는 듯이 쳐다봤다. "목표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보통 돈을 자산으로 생각하지만 행복한 인생은 돈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여러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것도 자산이에요. 화도 나보고, 이별도 해보고, 감사하고 기쁠 줄 아는 것들이요. 그리고 음악이나 미술을 감상할 줄 아는 것이나 건강 같은 것들도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자산이고요. 저는 20대에 게임을 하거나 토익 공부를 하느라 이런 자산을 쌓을 줄 모른 채로 서른이 되었고, 뒤늦게 하나를 쌓으려다 보니 눈에 보이는 돈을 좇았을 뿐입니다. 운이 좋게도 IT붐에 올라탔고, 다니는 회사마다 유니콘이 되어 몸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이렇게 운이 좋지 못할 테니 확실하게 쌓을 수 있는 다른 자산을 쌓을 것 같아요." 나는 나름 만족스러운 대답을 했는데, 후배의 표정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40~50대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항상 닥쳐봐야 배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