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막대기
숲 체험 활동복(등산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휴대형 루페(확대경)와 명찰을 걸고 등산화를 신는다. 돋보기, 여분의 루페, 나무 피리, 관찰 통, 무명천 등이 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제가 받고 싶은 과정인데 시간이 안 돼서요. 샘이 배워서 저 알려주세요. 전에 숲 체험 교육에 관심 있다고 한 게 생각나서요. 내용 보고 좋으면 등록하시라고요. “라며 숲해설가 모집 링크를 문자로 받았었다. 지인 중 추진력 갑인 N씨다. 그렇게 등록해서 자격증을 따고 숲해설가가 되었다.
12월 오전 1교시. 치유의 숲에서 00초 1학년 아이들과 숲 체험을 하는 날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회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수업 날이다.
우선 야외무대 앞 넓은 마당에 모여서 인사를 나누고 몸풀기 활동을 했다.
내가 맡은 1학년은 남자아이 다섯, 여자아이 넷. 아홉 명이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함께 같은 시간에 숲 체험을 한다. 3명의 숲해설가 강사가 각자 한 학년씩 맡았다. 봄가을에는 학년별로 따로 활동을 했다. 여름 물놀이와 수생생물 관찰은 세 개의 학년이 함께 진행했다. 청서 나비 그리고 에사끼뿔노린재, 세 명의 숲 체험 강사가 역할을 나누어 인솔했다. 반응이 좋아서 겨울에도 이 방식을 채택했다.
가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빨갛게 익은 보리수나무 열매도 따 먹고 알밤도 줍고 메뚜기도 보았다. 두 달이 지난 오늘은 초겨울이라 마른 잎들과 나뭇가지들 그리고 말라 떨어져서 바닥에 굴러다리는 호리병박들이 보인다.
다른 두 명의 강사가 따뜻한 꽃차를 준비하는 동안 노린재인 나는 아이들과 산책을 맡았다. 3개 학년이라고 해도 한 반씩이고 반별 인원이 10명 내외다. 학년 담임선생님들도 인솔에 도움을 주신다.
아이들 중 몇몇은 산책 중에 나뭇가지나 막대기 줍기를 즐긴다. 그러다 주운 막대기가 마땅하다고 여겨지면 버스에 탈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하고 가끔은 집에 가져가겠다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자연에서 만난 친구는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고 가자 “고 이야기하면 그때야 수긍하고 내려놓는다. “잘 있어 “ 인사하고 웃는 낯으로 버스에 오른다.
긴 막대기를 들고 걷다가 주변 사람을 치기도 하고 뾰족해서 본인이 다치기도 한다. 들고 걷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리고 막대를 든 아이들은 서로 칼싸움하는 걸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위험해서 숲 체험 시작 전에 안전 수칙을 정하고 출발한다.
이날 한 남자아이가 나에게 막대기를 맡겼다. 자신이 차를 마시고 다른 활동을 하는 동안 보관을 부탁한 것이다. 나는 막대기를 받아서 한쪽에 두었다. 놔둔 그곳에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잠시 후 내 생각이 매우 짧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아이가 막대기를 찾으러 왔을 때 막대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는 크게 상심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건 완벽한 막대기였어요. 지금까지 그런 막대기는 없었어요. 앞으로도 찾기 힘들 거예요. 정말 완벽한 막대기였는데…”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흔한 막대기라고 여기고… 보관에 좀 더 신중해야 했는데… 3년간 숲 체험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아이는 내가 지켜주지 못한 완벽한 막대기를 맡긴 아이다.
어차피 버스에 타기 전에 두고 가야 할 막대기이지만 ‘안녕‘ 인사하고 헤어져야 할 막대기지만
그렇게 할 기회를 뺏은, 어설픈 나라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