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편지
전미숙님,
따뜻한 봄이 왔어요.
분명 어제까지는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제 비가 오고 하루 만에 날씨가 달라졌어요.
곳곳에 노랗고 예쁜 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고요.
한동안 꽃 볼 마음의 여유 없이
아프고 지친 마음으로 지내셨지요?
이제는 이 꽃, 이 봄 내음,
모두 찬찬히 둘러보고 계실 거란 생각으로
무거운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우리 처음 만났던 DL-ICE 2차 항암 때 기억나세요?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프리셉터 선생님과 함께 주렁주렁 항암제를 달던 기억, 주사 놓을 혈관을 못 찾아
어쩔 줄 몰라하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네요.
혈관주사 놓을 곳이 정말 없어서
그 이후에도 우리 많이 고생했었죠?
제가 혈관 주사 잘 놓는 편이 아닌데 전미숙님은 항상 신중하게 잘 찾아서 안 아프게 놔준다고 말씀해 주셨더랬지요. 그런 저의 부족함도 풍성하게 채워서 봐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어요.
그 말을 이번에 치료 끝나게 되면 꼭 전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가버리시다니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전미숙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힘드셨지만 항상 밝은 얼굴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아픔 없는 세상에서 편히 지내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이번 주엔 병원 근처에 벚꽃이 많이 피려나 봐요.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살포시 오셔서
우리랑 벚꽃 구경하고 가셔요.
봄의 문턱에서 미리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