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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내 Apr 15. 2024

태어나서 림프종은 처음이라

림프종 증상편


병동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낯선 얼굴이 보인다. 대부분 항암을 하러 주기적으로 입원 오는 분들이 대부분인 우리 병동에 등장하는 새로운 얼굴은 병의 진단을 위해 첫 입원 오는 신환(新患) 일 것이다. 이름, 생년월일을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는데 코 림프종 병변을 짐작할 수 있는 코가 꽉 막힌 목소리에 열이 펄펄 끓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체온 측정을 위해 가까이만 다가섰는데도 열기가 확 느껴진다. 체온 측정결과, 38.5도... 


입원을 위해서는 입원 72시간 내 코로나 검사가 필수였고 입원 당일 열,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없어야 하던 시절의 일이었다. 코로나 검사가 음성이라도 입실 당시 열이 난다면 코로나 의심환자 병동으로 입원하여 코로나 검사를 다시 시행하고 음성을 확인하고 일정 시간 경과 관찰을 해야 혈액내과 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 


“교수님이 외래에서 림프종 때문에 열이 나는 거라고 하는데,
저는 코로나 검사도 하고 왔는데
왜 또 검사를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불만 가득한 환자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림프종의 증상 중 하나가 고열이다. 흔히 암성 열(cancer fever)라고 부르는 이것 때문에 신환들은 코로나 시기에 입원하는 데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고열의 원인이 코로나 때문인지 암 때문이지 감별이 어렵다. 혹시나 코로나로 나는 열이라면 병원 내 2차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에 코로나 재검사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이건 분명히 암 때문에 나는 열인데 번거로운 절차와 치료가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 증상 관찰 때문에 하루 늦어지는 치료, 일반인에게는 하루가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체감 시간은 그 어떤 하루보다도 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저희도 새로 오시는 환자분들이 열이 나는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기보다는 암 때문에 나는 열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한데, 또 코로나 관련 열이라는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가 없어요. 다른 환자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조치이지만 나중에 김주혁님이 저희 병원 오실 때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생각하시고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심을 담은 설명을 잘 이해해 주신 김주혁님은 그렇게 검사를 위해 다른 병동으로 입원을 했다. 그쪽에서 다시 시행한 코로나 검사 결과는 역시나 음성. 다음날 무사히 우리 병동으로 이실 오셨다. 


“김주혁님, 다행히 코로나 검사 음성이 나왔네요. 어제 고생 많으셨고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여전히 열이 나고 꽉 막힌 코맹맹이 소리의 김주혁님이었지만, 다행히 표정은 어제보다 누그러지고 밝은 모습이라 마음이 놓였다. 



촉진 가능한 곳에 림프종 병변이 생겼을 때는 해당 림프절이 부어있는 것(림프절 비대)을 비교적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예를 들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있는 림프절 비대가 그러하다. 그러나 김주혁님처럼 코 속에 있거나 복부, 가슴 부위의 종격동처럼 눈에 보이지도, 잘 느껴지지도 않는 곳의 병변은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코 속의 병변은 비염으로, 종격동 병변은 단순 감기로 인한 기침으로만 취급되어 초기 대처를 어렵게 한다.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 밤에 나는 식은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이런 증상들까지 발현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와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림프종은 몸의 다양한 곳에서 발견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처음 진단되는 과도 다양하다. 코, 목 쪽의 병변은 이비인후과, 종격동 쪽의 병변은 흉부외과, 겨드랑이나 서혜부 쪽은 외과, 위장관 관련 병변은 소화기내과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림프종”이라는 단일 질환을 위한 특화된 진단검사는 콕 찍어 말할 수 없다.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고 자기 몸에 이상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렵게 치료를 시작한 김주혁님은 항암 치료 중에도 병실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계속 봐야 할 정도로 바쁜 직장인이었다. 바쁘게 사느라 건강에 대해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말씀하시던 김주혁님. 무난히 항암 치료를 마치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다. 이제는 일, 건강 모두 잘 돌볼 수 있는 멋진 직장인으로 힘차게 살아가시길 기원한다.


illustrated by @mumu_pat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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