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야 안녕~
코스모스 졸업을 하고 당장 국어로 임용고시를 준비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빨리 교단에 서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일단 기간제나 강사 자리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간제 자리가 쉽게 구해져서 공부는 뒷전이고 신나게 수업 준비하고 학교 생활에 매진했다.
겨울 방학의 시작과 함께 기간제 계약은 끝났고 본격적인 임용 준비를 시작했다. 학원, 공부 방법 등을 정하는데 같은 처지의 불문과 후배와 의기투합을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학원에 가면 수많은 입시 준비생들이 임용이라는 하나의 문을 향해있다. '과연 나는 이 문 앞에 줄을 선 사람 중에 몇 등이나 될까? 여기 있는 사람들만 임용을 보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는 더 많은 사람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합격하지?'라는 생각에 수업에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 온라인 강의로 바꿔도 그런 마음은 여전했다. 입시 강사들 특유의 자기 PR과 경쟁 상대 욕하는 분위기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수능이라는 입시는 명확한 "정답"이 존재한다. 하지만 "임용"이라는 입시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능은 정말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시험이다. 시험범위라는 것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어떤 한 범위에 편중되지 않고 가능한 골고루 문제를 내려고 노력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임용고시는 매 해 출제자에 따라 시험 범위, 정답의 방향 등이 매우 다르고 공부의 양, 범위 등이 상대적으로 방대하다. 시험 출제도 특정 부분에 편중되어 있을 수 있어서 공부를 한 양이 정확히 비례하여 성적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공부를 안 하면 합격할 수 없지만 공부를 많이 하더라도 그것이 합격으로 100% 이어지는 것은 아닌 시험이다.
모든 것이 다 공부하기 싫었던 여러 가지 핑계에 불과했겠지만 어쨌든 나와 후배는 '국어과 임용고시'라는 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어쨌든 1년 공부하기로 했으니 공부는 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다들 다른 삶의 길을 찾고 있었다.
결국 나는 6월 중순부터 프랑스어 시간강사로 나가기 시작했고 임용 관련 공부는 아주 조금만 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르바이트를 쉬었던 적이 없는데 임용 고시 공부를 시작하며 다 접었었다. 돈 쓰는 부분에 있어서 답답함이 있었는데 강사를 시작하며 경제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 되니 기분도 좋아지고 숨통이 트였다.
임용고시는 준비해도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에 새로운 길을 모색했고 그것이 바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분야였다.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국어도 전공했으니 이 둘을 조화시켜 할 수 있는 전공이 바로 한국어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가르치는 일도 좋아하고 잘하고 있으니 나와는 딱 맞는 분야일 것이라는 생각에 임용 대신 한국어 교육 관련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기로 한다. 그렇게 임용고시와는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되었다. (딱히 진지하게 만나보지도 않았지만...) 업계의 현실이 어떠한지 잘 모르고 뛰어든 임용고시인데 난 또다시 우를 범하고 있었다.
연말에 임용고시는 당연히 떨어졌지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대학원에는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새해 프랑스어 강의할 수 있는 학교도 쉽게 구해졌고 행복한 날들이 펼쳐지리라 기대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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