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생 미리내
3학년 1학기까지 나의 대학생 삶은 게을렀지만 또 부지런했다. 학교 공부나 미래 준비에 있어서는 굉장히 게을렀지만 남들이 나를 크게 비난하지 않았던 이유는 과외 알바를 부지런히 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경제적인 자유는 물론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렇게 5학기를 보내고 나서 꿈에 그리던 프랑스 단기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다. 부모님의 원조를 조금 받긴 했지만 내가 모은 돈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보람되었고 또 외국에서 사는 것이, 아니 혼자 사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임을 몸소 깨닫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렇게 휴학 후에 돌아온 학교. "복학생"이라는 이름은 그동안 게을렀던 나의 삶을 더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공부도 열심히, 미래에 대한 준비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불어 교직이수, 국어 복수전공 + 국어 교직이수까지 하려면 남은 학기 학점을 다 채워 들어도 학점이 모자랐다. 그래서 방학 때마다 열심히 계절학기를 들었다. 학기 중에 공부도 열심히 했다. 시험, 과제 모두 열심히 준비했고 결과도 좋았다.
4학년 1학기가 되었다. 교생 실습을 나가야 하는 시기였다.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은 좋은 기분에 옷도 사고 머리도 새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4월을 기다렸다.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과 소통하고 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차게 느껴졌다. 프랑스어과 교생을 대표해서 연구수업도 진행하고 잘한다는 칭찬에 우쭐하기도 했다. 교생실습을 다녀와보니 내가 교직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특별한 계획이 없었는데 실습 이후 "교사"가 내 장래희망이 되었다.
그런데 나의 주 전공, 프랑스어는 교사 T.O가 없다. 프랑스어과는 임용고시도 몇 년째 뽑지 않았다. 그렇다면 복수 전공 과목인 국어로 교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불어교사가 되는 것은 자신 있었다. 그렇지만 국어는 복수전공을 하고 있긴 했지만 너무나 자신 없는 과목이었다. 나는 '어학'을 좋아했지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국어국문학을 복수 전공한 것은 국어학이 좋아서이지 국문학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당시 나는 '국어 선생님'은 당연히 문학을 잘하고 아이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국어선생님이라니 말도 안 될 일이었다. 이에 대해서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나와 같은 길을 걷는 1년 후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국어 임용고시가 힘들겠지만 일단 한번 도전해봐야 한다. 그리고 국어 선생님이라고 해서 꼭 문학에 정통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번 도전해봐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했고 자연스레 국어 임용고시를 준비하겠노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끝내 '국어 선생님은 문학에 정통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은 동의하지 못했다.
커버이미지 created by https://www.bing.com/images/cre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