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간호대학을 다니며, 간호사로 일하며 나의 지난 온 이력을 말해야 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말하기도 너무 길고 또 쑥스럽기도 한 그 지난 나의 발자취들... 말하고 나면 꼭 이어지는 질문이 "아니 그렇게 좋은 직업 놔두고 왜 힘들게 간호사를 선택하셨어요?"라는 것이다.
맞다. 교사는 나에게 정말 딱 맞는 직업이었고 간호사는 체력적으로는 너무나 힘든 직업이다. 간호대학을 다니는 내내 교사로 지내던 시간이 무척 그리웠다. 많이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며 어쩌다 보니 많은 교사분들의 브런치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누르는 나를 보게 된다. 아직도 많이 그리운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내 인생에서 교사로 지내온 시간보다 간호사로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제는 '선생님'이라는 명함보다는 '간호사'라는 명함이 잘 어울려야 할 연차이다. 하지만 교사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보니 교사의 색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병원에 고객의 소리함에 나에 대한 칭찬글이 익명으로 올라왔다. 그걸 보며 아직도 나의 저 밑바닥에는 교사의 피가 끓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병실에 있는 노인환자에게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잘해준다. 당연히 친절할뿐더러 엉뚱한 질문과 요청사항에도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녀가 설명하는 것은 정보전달도 정확할뿐더러 이해하기 쉽도록 말한다. 듣는 노인들도 그녀의 설명에 납득한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글을 써주신 환자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미리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글의 일부를 올려서 죄송합니다.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 내 설명을 알아듣지 않아도 내 말을 잘 듣지 않아도 차분한 마음 유지, 정확한 지식 전달과 이해. 다시 교단에 서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나 죽지 않았어!!" 교사 출신 간호사로서 학생이 아닌 환자에게 설명을 잘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어려움을 잘 알아주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두 직업을 조화롭게 엮어 살아가기 위해서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보았다. 내 삶에 있어서 한 번은 내가 왜, 어떻게 간호사가 되었는지 한 번은 정리해두고 싶었다. 나에게 "왜 간호사 하셨어요?"라고 물었던 많은 분들께 늦게나마 자세한 답변이 되길 바라며... 새로운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