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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l 08. 2024

뜻밖의 선의를 경험한다는 것은

다음 화는 진짜로 출발이에요.


 유심을 사러 나가기 전, 아주 잠시만 침대에 누웠다가 나가자고 생각했건만, 깜빡 잠이 들었다.

 말이 깜빡이지 실은 기절했다시피해 다음날 호텔  체크아웃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겨우 일어났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나갔다. 다행히 벌려놓은 짐이 거의 없는 상태라 부랴부랴 체크아웃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어제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하루종일 풀타임 배낭을 짊어지고 다녔던 게.

오늘은 좀 홀가분하게 다니고 싶어서 호텔의 짐보관 서

비스를 이용해 배낭을 맡기고 나갔다.



 

 호텔을 나와 샤를 드골 공항으로 이동했다. 구글맵을 이용해 편의점을 검색해 봤더니 주변에서 제일 가까운 편의점 위치는 바로 공항이었다.


 어제는 미처 몰랐지만 호텔과 공항의 거리는 지하철? 공항철도?로 한 정거장이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공항에 도착해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뿔싸!


‘유심칩? 40유로야.‘


‘잉? 40유로 맞아? 내가 알기론 40유로짜리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유심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쩔 수 없네, 우리는 지금 40유로짜리만 남아있거든.’


 나는 40유로만큼의 데이터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검색했던 유심보다 가격이 거의 두 배정도 차이가 났다. 선택권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핸드폰 사용만을 위해서 40유로나 써야 한다는 게 억울했다.

 

 내 입이 점점 튀어나오는 걸 편의점 친구도 느꼈나 보다.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해. 공항 근처에 Aeroville이라는 쇼핑몰이 하나 있어. 그렇게 멀지 않아. 거기에 가면 있을 거야.‘


‘와!!! 진짜??? 너무 고마워!!!!’


 그 친구의 조언대로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쇼핑몰까지 가보기로 했다. 아직 파리-비아리츠행 비행기 출발 시간까진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영 구리구리한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 편의점 직원이 알려준 쇼핑몰로 경로를 탐색했다. 다행히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많았다.  


 찾은 정보에 의하면 코로나 때문에 현장에서 버스 요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이 잠시 중단되었다고 한다. 공항 Information desk에 가서 사실여부를 확인했고, 내가 찾은 정보가 맞다고 했다.


 일단 나는 파리 현지에서 사용할 교통카드를 발급한 상태가 아니었다. (파리의 교통카드 발급은 아주 절차가 복잡하고 유효기간도 있어 나에겐 늘 선택지에 없다. 나비고? 맞나…)


 내가 갖고 있는 카드는 한국에서 가져온 신용카드가 전부였는데, Master card 표식을 확인한 안내 직원은

내 한국 카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해줬다. 분명히 그랬다.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맞춰 쇼핑몰로 가는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었다.


 이런이런 카드가 안 찍힌다. 갑자기 땀이 났다.

몇 번이고 찍어봐도 기계는 한국에서 날아온 내 카드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긴 침묵만을 유지했다.


 보다 못한 버스기사님이 2유로를 현금으로 내도 된다고 말해주셨다. 아유 그 뭐더라… 아!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하필이면 작은 단위의 돈이 없어 20유로짜리 지폐를 보여드렸더니 기사님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시며 손사래까지 치신다.


아마도 기사님의 눈에 비친 나는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기사님은 한 3초 고민하시는 듯하더니 그냥 타라는 말을 불어로 하셨겠지만 어쩐 일인지 내 귀엔 한국어처럼 들렸다. ‘그냥 타.’


 버스 안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하차하는 뒷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으려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손짓으로 날 부르며 말도 없이 티켓을 한 장 그냥 내밀어 가지라며 주셨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좀 오버해서 눈물이 날 뻔!

어제부터 오늘까지, 항상 위기의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서 나에게 도움을 주고 대가 없는 선의를 베풀어준다.


 어딜 여행가나 항상 계획 없이 사는 나라는 사람의 성향 때문에 파리까지 와서도 고생하고 있던 와중에 겪은 예상 못한 상황들에 적잖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터였는데 말이다.




 아주머니가 건네주신 2유로짜리 버스티켓은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금액이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타인에게 나눠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여섯 정거장을 이동하는 중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베풀면서 인생 빡빡하게 살지 말자! 나도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기쁘게 나눠보자!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결국엔 자세히 보지 못하면 안 보이는 선순환 덕분에 그나마 잘 돌아가고 있는 거니까.’


 너무 간 듯싶었지만 2유로 때문에 조금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쇼핑몰에 도착해 방문한 통신사엔 좀 더 다양한 가격대의 유심이 있을 거라 굳게 믿었것만! 대 실패였다.

이유는 공항 편의점이랑 유심 가격이 똑같다. 쳇! 어쩔 수 없이 40유로를 주고 유심을 구매했다.


 힘들게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으며 안정감 되찾은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뭐, 덕분에 마음을 넓게 쓰자는 다짐도 하고 쇼핑몰 구경도 할 겸! 비아리츠행 비행기 탑승 전까지 시간만 잘 보냈다고 생각하자!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땐 아주 당당하게 아까 아주머니가 주신 2유로 티켓을 척- 내고 탔다.


 인스타그램 메시지 알림이 뜬다.

나는 내 게시물을 보고 친구가 보낸 메시지일 것이라 생각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메세지함을 열어보았다.

 


 처음엔 불어로 와있는 메시지에

‘아… 프랑스 번호 개통한 지 하루 만에 벌써 내 개인정보가 스팸 문자의 표적이 된 것 인가…’ 생각했더랬다.


 그래도 문자가 아닌 인스타그램 DM인 것을 의아해하며 파파고 번역기로 내용을 돌려봤다.



 아마도, 내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해당 쇼핑몰 위치를 태그 했던 터라, 내 여정이 담긴 나의 인스타를 보고 메시지를 보낸 듯싶었다.


 아! Mi amour Paris…

아직 스페인을 향한 여정은 시작도 안 했것만 벌써부터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게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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