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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May 29. 2024

겨울, 여자 혼자 떠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저는 약 2000km를 걸었답니다.


 난 국내 LCC 항공사 승무원이다.

스케줄 근무의 특성상 원하는 날, 신청한 일수만큼 나의 계획에 의해 신청했던 연차가 온전한 모습으로 승인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유럽 여행 좀 가보고 싶어서 7일을 신청했는데 3일만 나온다거나, 혹은 신청한 일수만큼 연차가 나왔지만 (연차/연차/스케줄/연차/연차) 중간에 스케줄이 들어가 있어 어디 여행 가기가 곤란한 정도?

 즉, 내 계획과 의지대로 연차를 승인받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이번에도 반쪽짜리 연차를 받겠거니, 아니? 며칠이라도 연차가 나오길 바라며 확인했던 2019년 12월의 스케줄.

 세상에 이런 일이! 좀처럼 잘 나오지 않는 연차가 내 계획 그대로 반영되어 승인됐다.

 그것도 마치 회사에서 내게 주는 선물인 양 내 생일기간을 포함해 꽤 긴 기간 동안.


 급하게 짐을 싸서 떠난 프랑스 파리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접했던 코로나19 소식.

이전에 감기같이 지나갔던 메르스, 사스처럼 이번에도 별 탈없이 지나가겠지 생각했었다.




 2020년 03월


 탈캥거루족을 선언하며 서른이 넘어서야 용기를 내서 설레는 마음반 두려운 마음 반으로 나의 첫 자취를 시작했다.


 어라?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했다.

 코로나19, 이 녀석 엄청난 기세를 펼치며 전 세계로 끝없이 확산되더니 결국 나의 삶에 큰 타격을 주었다.

조금 굴곡진 인생이긴 했지만 딱히 부족한 점 없이 여태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평탄할 줄 알았던 내 인생이 이때를 기점으로 뭔가 단단히 잘못되기 시작했다.





 한때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는 제 자신이 조금 자랑스럽네요.


 무언갈 찾으려 떠났던 길은 아니었습니다.

삶을 끝내기 전, 끝을 조금이나마 아름다워 보이게끔 포장하기 위해 잔뜩 위선을 떨며 떠난 길이었어요.

몸이 건강해지면 정신도 건강해진다고 했던가요.

그 길을 끝내고 우울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지친 삶 속에서 무너져가던 한 사람이,

다시 얼굴을 들고 두발을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해준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연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비수기인 겨울철 순례길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

여자 혼자 떠나길 주저하시는 분들

삶의 이유를 단순함을 통해 찾고 싶으신 분들


부디 부담 없이 읽어주시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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