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던 응원이 펼쳐졌다.
백팀, 청팀.
우리 어린 시절, 가을에 하는 운동회는 다시 생각해 봐도 즐겁다. 병아리를 파는 상인, 떡볶이, 번데기, 솜사탕등, 빠질 수 없는 관경이다.
또 하나, 요즘에 잘 볼 수 없는 가족들이 싸 오는 도시락.
어린이집에서 하는 운동회는 가끔 볼 수 있는데, 세명을 키우며 지금까지 도시락 준비해서 오는 운동회는 나에겐 없었다. 그래서 맞벌이인 나에게 다행이었던 기억이 든다.
혹여나 부모들이 도시락 가져오면, 우리 아이들이 외로울까 난 조마했었다.
어릴 적, 엄마가 싸 온 도시락은 잊을 수가 없다. 김밥과 치킨은 기본, 밤 땅콩을 가져온 우리 할머니는 더욱 생각이 난다. 점심 전 꼭 모래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트렸다. 그땐 배고픔에 힘껏 던졌다. 옛 추억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오늘따라 우리 아이들은 등원시간이 바쁘다.
알람이 울리기 전, 사부작사부작 준비하기 시작했다.
1호, 2호, 3호 항상 같이 다니던 학교.
이젠 1호가 중학생이 되자, 초등학교에 2호, 3호만 다닌다.
함께 걸어가며 보기 좋았던 그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
어깨가 항상 무거웠던 1호는 요즘 편안해 보이긴 한다. 나의 빈자리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겨주었던 첫째가 대견하다.
2호가 등원하기 전 물었다.
"엄마, 오늘 올 거지?, 꼭 와야 돼."
"알았어.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할게."
2호의 웃음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나버렸다. 3호의 얼굴엔 보조개가 쏙 들어간 미소로 애교를 부리며 현관으로 나섰다.
막내까지 등원을 완료 후, 아이들 학교로 걸어갔다.
벌써부터 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온 마이크 소리는 동네전체를 메아리소리로 울려 퍼졌다. 좁은 길을 지나, 익숙한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우리 첫째가 인사를 하던 똘이 녀석이다. 함께 지나갈 때면 할아버지 강아지라며 놀리던 아이. 그 자리가 스쳐 지나간다.
" 똘이 안녕?"
인사를 건네며, 다시 룰루랄라 아이들이 있는 운동장으로 갔다.
아이들 목소리에, 우리 2호의 춤발휘가 펼쳐졌다.
사회자의 우렁찬 고릴라 목소리. 어제와 다른 진짜배기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6학년까지, 전교생수는 작지만 옹기종기 있는 모습은 작은 학교의 추억이다.
2호가 나를 보았다.
근데 어찌, 표정이 얼음이네. 잘 오지 않는 내 모습이 낯선 탓일까. 나를 보고 뚱 하니 서있다. 옆에 친구가 땡 해주었다.
나를 보고 인사를 하니 2호는 그제야 웃는다.
반장을 하는 2호는 반친구들과 어울려 응원을 춤추며 곧 잘하였다. 그뒷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이제 3호를 찾았다.
3호가 뚱하니 시크할 줄 알았는데, 그날따라 점 두 개를 콕 찍어 놓은 매력 보조개가 유난히 돋보였다. 내가 학교에 와서 좋다고 얘기한다. 그동안 못 올 때마다 얼마나 속상했을까.
씩씩한 모습으로 보여주었기에 늘 가슴에 담아두었을까 마음이 짠하다.
우린 이렇게 다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드디어 기다리던, 계주
3호가 울었던 어제, 속상한 하루가 지나고.
다시 기다렸던 하이라이트 시간이 됐다. 3호는 달리기로 인해 이미 무릎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어제는 백팀이 이겨 좋아하던 2호, 오늘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
3호의 웃음은 더 팡파르가 울렸다.
계주는 청팀의 반전으로 이겼다. 우리 3호는 어제의 한을 풀어서 속이 후욱 내려갔을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운동회는 막을 내렸다.
아이들과 부모는 자리정돈 후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난 아이들과 얘기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 아이들 얼굴엔 빈자리를 채운 것 같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나 역시, 오늘 운동회를 보고 그동안 함께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의 응어리가 후욱 내려갔다.
하지만, 올해는 참석했지만.
내년은 알 수가 없어 벌써부터 아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