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가 내리는 일요일, 옛 추억을 되새기다.
비가 오는 일요일.
내렸다 그쳤다, 무한반복 날씨덕에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 오래간만에 찜질 겸 사우나를 다녀오고, 아이들 없는 틈을 빌려 내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없는 틈에 이것저것 하고 나서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재잘재잘하는 창문밖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고 밤새 소란을 피우던 2호 3호의 콧물방귀소리에 병원으로 바쁘게 후다다닥 출동했다. 비염이 있어 괜찮겠지 안심했지만, 점점 심해지는 콧소리. 여름이 지나면 항상 찾아오는 환절기 현상. 다행히 심한 정도가 아니라 약처방받고 집으로 향했다. 2호와 3호가 나에게 애교를 부리며, 아쉬운 눈초리로 신호를 보냈다.
"그래, 그럼 우리 집에 가서 다 같이 먹자."
집에 있을 막내와 신랑이 눈에 아른거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기 전 아이들과 잠시나마 셀카놀이를 했고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막내를 위해 또다시 후다닥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1호와 시누이가 신랑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막둥이는 혼자 사부작사부작 거리며, 나에게 미소를 뿜었다. 옥상으로 올라가 한참을 얘기하며. 놀다가 아이들이 또다시 나에게 귓속말로 선포했다.
"엄마, 막내 빼고 고모랑 동전노래방 다녀올게"
눈치 빠른 막내가 슬그머니 오더니,
"어디 가려고? 나 빼고 가려고?"
그 순간 아빠가 막내에게 손을 들어줬다.
"빨리 옷 입어. 우리도 따라가자."
동전노래방을 가기로 했다. 도착하자, 둘씩 짝지어 방에 들어가고 내 주머니에서 스으윽 나오는 카드로 쭈우우욱 시원하게 방마다 긁어주었다.
"그래. 실컷 불러라. 엄마가 쏜다!"
뚜벅뚜벅 멀리서 슬그머니 걸어오는 신랑.
"나는 혼자 부를게."
"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 나도 혼자 부를게."
70분을 각자의 방에서 부른 뒤, 우리는 다음 코스로 가기 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세월이 얼마나 빨랐는지, 훌쩍 커버린 아이들. 세명쪼꼬미들이 뛰어놀던 놀이터. 어느덧 세월이 훌쩍 지나 흐뭇하게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또 한 번의 강산이 변하면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하면서 벌써부터 아쉬움이 남는구나. 여우비가 내리는 날, 오늘따라 내 마음의 맑음에 스쳐 치나 가듯 여우비가 내린다.
저녁시간이 되자, 우리 부부는 시누이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자리를 옮겼다. 도착 후, 아이들과 식당에 앉아 오리불고기가 익어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막내와 아이들은 재잘재잘 여전히 기운이 넘쳐난다. 막내는 지칠 법도 한데 언니들과 있으면 조그마한 몸에서 에너지가 솟구쳐 오른다. 배고파 허기진 배를 채우며 있는데 내 눈에 익숙한 모습이 포착되었다.
15년 전, 친구의 소개로 첫 만남이 있었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데 무언가 눈에 자꾸 집중이 되었다. 신랑손으로 만든 휴지장미. 한 장씩 한 장씩 손끝으로 야무지게 만든 장미 한 송이가 내 마음을 꽃아 버렸다. 그 시절 신랑의 모습은 아직도 심장이 심쿵 거린다. 결혼 후 가끔 식당을 들릴 때면 어느 순간 손끝으로 마법을 부리기 시작한다. 아이들도 이제는 아빠가 무엇을 하는지 눈치챈다. 막내는 여전히 신기한 듯 한참을 눈 빠지게 보고 있다.
'세월이 지나도, 손마법을 부리며 완성되는 모습은 언제나 멋지네. 내 심장은 여전히 두근두근 '
오늘따라 막내의 기분이 하늘 끝까지 치솟는다. 3호가 4호 귀엽다며 찍어준 사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미소가 저절로 나오네'
마지막코스 요아정후식.
1호 2호가 한참을 추가추가해서 고르더니 폭풍흡입하는 아이들. 요즘은 음식하나에 추가하는 토핑이 얼마나 많은지...... 어딜 가나 토핑값이 후들후들. 4호는 언니들이 선택한 토핑이 마음에 들었는지 조그마한 입으로 녹여가며 잘도 먹는다. 우리 부부도 아이들 때문에 신세계의 맛을 보는구나.
'얘들아 맛있어? 이렇게 시간 보내니 또 주말이 후딱 지나가버리는구나. 다음 주는 뭐 하고 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