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소중한 진주넷.
아침 땡, 점심 땡, 저녁땡.
슈퍼우먼의 하루 땡땡땡이 아닌 딩동댕.
수요일오후는 나의 집안일 마무리짓는 날. 퇴근 후 멍하니 티브이를 보며 뒹굴뒹굴.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신호가 왔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 군만두 바삭바삭, 계란프라이 3개, 빠질 수 없는 김치, 그리고 포만감을 채워줄 보리밥. 초라하지만 슈퍼우먼의 밥상은 눈으로만 봐도 행복하다. 어느새 자유의 시간은 째깍째깍 잘도 흐른다. 세탁기는 오늘따라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뭔가 느낌이 싸하다. 한참을 돌아가다 딩동댕~띠리 리리. 점심상을 하나, 둘 치우고, 건조대의 마른빨래를 한쪽으로 슈우 우웅. 세탁기로 흥얼거리며 가서 문을 열고 탁탁탁 터는 순간, 온몸에서 띠리리링.
'아아악 볼펜...... 안돼...... 제발'
탁탁탁, 멀쩡한 옷은 반이상. 하지만 내가 첫 월급으로 사준 큰 딸내미옷에 상처가 나버렸다. 내 머리에서 식은땀이 삐직삐직, 알코올, 아세톤, 퐁퐁, 물파스, 손세정제. 모두 써봤지만 앞뒤 반점은 잉크가 솨아악 퍼지면서 내 머릿속은 뱅글뱅글.
띠리리링 띠리리링. 사랑스러운 딸내미의 전화가 울리자, 후다다닥.
"1호? 도서관 가기로 했는데, 못 갈 것 같아. 집으로 올래?"
사실 일 끝나고 첫 시험기간인 딸을 위해 도서관에서 딸은 시험공부, 엄마는 독서가 오늘 목표였다.
'미안해. 엄마가 잠시 땡땡이를 쳤다가 일을 제대로 만들어 버렸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첫째. 엄마랑 데이트한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들어오더니, 눈에서 띠리링.
"엄마 머 하고 있어? 내 옷인데......"
"미안해. 엄마가 볼펜이 있는 줄 모르고 돌렸더니 띠리링 돼버렸네."
"엄마 기다려봐. 다이소에서 지우는 펜 사 올게"
'역시 넌 최고야. 근데 지워질까?'
다다다닥. 허겁지겁 또 한 번 오더니 손을 내밀며 눈으로 지켜보면서 서있는데, 엄마손이 약손 맞을까? 결국 또 한 번 다다다닥. 이번에는 옥시크린을 사러 마트로 가버린 1호.
"1호, 일단 그냥 입고 다음에 좋은 걸로 사줄게. 미안해 우리 딸."
2시간을 지우고 나니 벌써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막내를 데리러 가는데 흐리멍덩한 날씨. 내 마음도 흐리멍덩. 2호가 저 멀리서 가방을 들고 허겁지겁 오더니, 나에게 가방을 건넸다.
"엄마, 나 잠깐 영어단어프린트물 좀 가져올게. 가방 좀 부탁해."
"2호, 허겁지겁 가다 다친다? 조심히 갔다 와."
어슬렁어슬렁하다 보니 노란 어린이집차가 정차했다. 해맑은 우리 막둥이가 엄마의 마중이 어깨가 들썩 거릴 정도로 신나 한다.
"4호? 재밌게 놀았어?"
"응. 엄마가 나올 줄 알았어. 진짜 기분 좋아."
집으로 들어오는 길 갑자기 흐리멍덩한 내 마음이 맑아졌다. 에너지가 쏟아 오르니 이제 남은 집안일 시작. 하나, 둘, 셋, 넷 집안이 떠들썩. 2층에서 울리는 1호의 기타 소리. 후다다닥. 청소를 끝낸 후 친정엄마가 보내온 멜론을 깎아서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3호가 입을 열었다.
"엄마 저 빨래 내가 개벼줄까? 나잘 할 수 있는데."
순간 멈칫했다가 Ok 해버렸다. 야근하는 신랑이 없어도 이젠 아이들 덕에 집안일이 수월해진다. 그 보답으로 나는 한통 아이들에게 쏴버렸다.
'얘들아, 치킨 시켜줄게 도와줘서 고맙고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오늘 땡땡이가 될뻔했는데, 얼떨결에 마무리는 딩동댕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