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 내연산, 가을

가을을 맞이하는 산을 타다.

by 예쁜여우

속 시원하게 퇴근 후 나는 지인과 산행을 시작했다. 봄. 여름이 지나버린 내연산으로 오르는 길은 여전히 굽이굽이길. 그 옆의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나무와 사과나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기 위해 준비 중인 멀리 보이는 산고개. 하나도 놓치기 싫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여전히 고향길처럼 반갑다.

배고픈 허기를 채우고 식당에서 나왔다. 보경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서자, 길쭉하게 뻗은 소나무와 선선한 바람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침까지 요란히 오던 비가 오후가 되자, 가을하늘과 나무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햇볕. 가을을 맞이하는 내연산의 공기는 파아란 하늘처럼 맑았다. 한줄기의 비가 내린 내연산의 바위들. 반질반질하게 광을 내듯 색이 선명하게 눈에 확 띄었다. 봄 여름이 지나 묵은 때를 벗겨 막바지를 준비하듯 내 눈에 펼쳐진 커다란 바위들은 계곡의 물사이를 더화려하게 그려놓았다. 올라갈수록 펼쳐지는 가을 내연산에 폭싹 내 마음을 내주었다.


또르르륵. 내 발에 밟히는 도토리를 감싸는 껍데기.

알맹이는 쥐도 새도 모르게 누가 가져갔는지 보이지 않고 빈껍질만 여기저기 남아있다. 비 온 뒤 질퍽질퍽한 바닥사이로 흐르는 작은 물줄기.


마지막 여름의 내연산의 물줄기는 말라서 졸졸졸 흘렀지만 오늘의 모든 폭포의 물줄기는 마치 용 한 마리가 속 안에서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듯 힘찬물줄기와 소리로 선보였다.


또로록, 쏴 아악 힘찬 물줄기.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바뀌는 물줄기의 힘은 강수량의 따라 불었다 줄었다 반복해서 폭포의 소리는 달랐다. 그리고 테트리스처럼 겹겹이 쌓아놓은 듯 보이는 바위틈 속에서 똑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바닥을 보일 듯 말 듯 바위틈으로 보이는 맑은 물속이 오늘따라 깊이를 색깔로 표현하듯 그라데이션 되었다. 저 어두운 색안쪽에 뭐가 있을지, 내 두 눈을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물속 안. 모든 것이 다시 봐도 멋지다. 한참을 멍하니 눈구경하다 올라오며 사온 단호박뻥튀기 한 봉지, 그리고 식당에서 받아온 식혜를 먹으니 꿀맛.


봄. 여름. 가을 산행완료.

이젠 울긋불긋하는 막바지 가을내연산과 겨울의 내연산의 모습을 보면, 내 눈에 사계의 내연산을 다 담는구나. 다음에 울긋불긋 변장한 내연산을 오르기로 기약하며 퇴근길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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