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독한 감기가 3주 동안 내 몸을 휩쓸어 버렸다. 아이들도 한 명씩 걸리더니 나아질틈 없이 나는 두 번을 앓았다. 출퇴근을 하며 내 코는 숨 쉴 틈 없이 킁킁 크으으윽 큭! 풀어져버렸고 주말이면 기진맥진 누워 구들장안방에 누워 매주 뜨듯 내 몸을 떠버렸다. 으슬으슬 날씨가 추워지며 나을 듯 말듯한 감기 덕분에 내 코에 상처를 남겨버렸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지나버리고 벌써 12월 초.
매년 12월은 친정시골을 찾아 김장김치를 담그는 달이다. 하지만, 이번김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작년 모두가 모여 농사지은 배추와 무를 절이고 쓱쓱 뚝딱! 즐거움으로 했던 시간들. 내 몸을 위해 이번은 쉬어야 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아쉬움만 남았다. 그래서 신랑은 나와 아이들 대신 혼자 주말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토요일 쉬어야 할 몸으로 숙제를 마무리하듯 떠나버렸다.
"엄마, 땡서방 촌으로 갔어. 나는 다음에 갈게."
엄마와 통화 후, 신랑과 떠나는 길이 심심하지 않게 통화로 떠들어 버렸다.
"조심히 다녀와. 급하게 오지 말고......"
퇴근 후 나는 후다닥 쉬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도착하니 친정집에서 보내온 김장김치와 직접 손수 만든 감말랭이, 농사지은 쌀 한 가마니, 무말랭이 먹을 것 한 보따리를 가져왔다.
"이거 장모님이 가는 길 먹으라고 싸주신 건데 너랑 아이들 생각나서 안 먹고 가져왔어. 먹어봐."
"오~맛있네? 센스쟁이. 얘들아 같이 먹자."
나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진짜 맛있네. 다음에 우리 집 오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고마워. 잘 먹을게."
일요일이 되자, 아이들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영화를 보자고 했었는데 도저히 밖에서 시간을 보낼 용기 나지 않았다. 그렇게 어르고 달래어 신랑의 퇴근시간. 내 폰에서 울리는 반가운 소리.
"머 하고 있어? 집에만 있지 말고 오늘 장날인데 애들이랑 한번 나갈까?"
막둥이의 반짝반짝한 눈빛. 멀리서 스피커폰으로 대화소리에 후다다닥 달려왔다.
"아... 그럴까? 과일 좀 사볼까?. 준비하고 있을게."
1호, 2호, 3호, 4호. 마스크 장착완료.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 막내의 재롱이 붉은 노을과 함께 룰루랄라. 멀리서 사부작사부작. 보일 듯 말 듯.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어? 아빠다!!!"
후다다닥. 우리 가족 모두 출발!
"4호? 여기 장바구니 카트에 타볼래? 끌어줄게."
아빠 따라 졸졸졸졸. 오랜만에 시장으로 가는 길은 오늘따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늦은 시간 장날의 막바지. 상인들이 물건을 정리하며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옛날과자를 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3봉을 사며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데 서비스로 1봉을 더 주셨다. 이래서 막바지의 찬스가 좋은 건가? 또다시 이리저리 둘러보다 제철인 과메기와 귤. 물미역과 찹쌀떡까지 모두 완료. 아이들은 손에 하나씩 들고 가며 떠들썩했다. 아빠와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 이리도 좋을까? 거기에 더 신이 난 장난꾸러기 아빠의 놀이에 아이들은 깔깔깔 웃음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집도착 후, 장 봐온 것들을 꺼내며 저녁준비를 했다. 하나, 둘, 셋 왔다 갔다. 순식간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는 귤상자. 토요일은 2.5킬로 뚝딱. 일요일은 5킬로 뚝딱.
'많이 먹어. 그리고 아프지 말자? 또 사줄게.'
또다시 한주가 지나고, 슬슬 겨울준비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막내가 찾았다.
"엄마? 우리 크리스마스트리 어딨어?"
"아, 꺼내줄게. 기다려봐."
신랑은 계단 위의 공간 화분을 하나, 둘, 옮기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부분에 포인트를 주었다. 반짝반짝 12월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
"얘들아 이것 봐. 이쁘지?"
"우와 이쁘네. 짝짝짝. 또 다른 것도 할 거야? 파티?"
"음... 생각 좀 해볼게."
3호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며 뭔가를 건넸다.
"우와. 대박. 책 많이 읽어서 저번에도 상 탔는데, 또 가져왔어? 파티해야겠네!. 여보 이거 봐."
"오우. 1호는 시험 끝나고, 3호는 상 받아왔으니 오늘 치킨, 피자 쏜다!! 엄마가?"
"하하하하하하."
"3호야. 많이 먹고 또 타올거지? 파이팅!."
'보조개 공주 <3호>는 그저 웃지요.'
한주가 무섭게 지나갈 때쯤 카톡이 왔다. 수능을 끝난 막내동생이 수시면접을 본다며 서울로 왔다 갔다 하더니 소식을 전해왔다.
'헐. 대박이다. 세 군데 모두 합격.'
바로 손가락이 통화로 까딱까딱. 심장이 콩당콩당.
"엄마? 이거 뭐야? 합격?"
"그래. 벌써 정해서 등록해 놔서 한시름 놨어."
"오우. 엄마축하해. 동생 축하해. 맛난 거 사줄게. 누나집와."
나는 신랑에게 친정에서 온 소식을 전하며 식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누나가 차표 끊었으니 조심해서 와."
"ㅇㅋ"
토요일 오후. 비가 오더니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친정식구들을 맞이하기 하기 위해 퇴근 후 나는 집청소를 시작했다. 주택이라 외풍이 있는 집에 뽁뽁이를 온 창문에 붙이는 신랑. 한참을 청소를 마치며 여동생을 마중 나갔다. 케이크를 사러 가며 하하 호호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준비를 하며 부모님과 남동생을 기다렸다. 빗줄기와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아 마중을 나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듬직하게 보이는 남동생얼굴이 오늘따라 멋있어 보인다.
"어이구 우리 동생. 고생했다. 축하해. 우리 아빠엄마 어깨가 가벼워 보이네?ㅎㅎㅎ"
부끄러움이 여전히 있는 남동생이 서먹서먹 거리며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집에 들어서자 막내가 후다다닥.
"할머니.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요?"
오랜만에 오는 친정식구들. 오늘은 막내가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여동생과 나는 저녁준비를 시작하고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의 얼굴에는 함박웃음꽃이 피어 한결 가벼워 보였다. 그동안 막냇동생을 키우며 고생 많이 한 우리 아빠, 엄마. 오늘은 정말 행복바이러스가 넘쳐났다. 밥을 먹고 케이크에 불을 붙이니 볼빨개진 남동생이 부끄러움이 가득해졌다. 모두들 남동생의 합격을 축하해 주며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날 신랑이 출근하고 오늘의 계획을 세웠다. 엄마가 가져온 닭으로 나는 간장찜닭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오늘 음식솜씨는 없지만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나는 기분이 더 좋았다.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는 회를 사러 죽도시장에 들러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다시 돌아와 음식을 먹으며 마무리를 했다. 막내에게 내가 지금까지 궁금했던 것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남매의 서먹한 대화 그리고 사춘기의 막판. 그건 지금까지의 열정을 쏟아붓기 위해 예민했던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오늘 이 자리에서 남동생과의 대화로 느낄 수 있었다. 자기의 계획을 스스로 세워둔 남동생얘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철이 없던 나와 전혀 다르게 성장하는 남동생. 우리 부모님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 보였고 얼굴에는 미소가 넘쳐흘렀다.
"누나는 네가 항상 잘할 거라 생각해. 앞으로도 응원할게. 이제 졸업하고 누나집 또 올 거지?"
"아니. 나 이제 바빠서 못 와."
"헐...... 그럼 누나가 엄마집으로 갈게."
"그래"
우리의 대화는 다시 조금씩 서먹함이 풀렸다. 시간은 금세 지나가버렸고, 자리정리를 하며 내일을 위해 아쉬움을 달래며 부모님과 동생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친정식구들이 머물고 간 자리는 언제나 내 마음 한편이 뒤숭숭하다. 처음에는 이 시간이 너무 마음이 아파 울기도 했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마음이 단단해졌다. 막내의 재롱에 잠시 멍하니 앉아 '또 볼 수 있어 괜찮아.'라고 뒤숭숭한 내 마음을 달래 본다. 그 마음을 알았을까? 신랑은 퇴근 후 청소를 하며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몇 주의 감기바이러스가 지나고 나에게 황금시간과 웃음 바이러스를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