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의 재롱잔치와 이브나들이
매년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아이들과 지내온 세월이 벌써 14년이 넘어간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막내의 재롱잔치로 기대가 커진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막내는 나와 아빠에게 묻는다.
"엄마, 아빠 꼭 올 거지? 안 오면 안 돼! 알았지?"
그리고 언니들이 막내의 기분을 안 좋게 하면 톡톡 말해버린다.
"언니는 내 공연 보러 오지 마!"
내 귀에 들어온 말. 나의 눈빛을 보는 순간 한마디가 톡 던져지다 다시 막내입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4호? 다 가지 말까? 한 명이 빠지면 안 되는데?"
"아니야. 꼭 와야 해."
막둥이의 삐죽삐죽 입모양에 우리 빠바방 웃음꽃이 터져버렸다.
막내의 공연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많이 내린다. 추워지면 안 될 텐데......
가슴이 콩당콩당 거린다는 4호. 아침부터 일찍 눈을 뜨며 등원준비를 하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언니, 다 와야 돼? 안 오면 나 울어버린다?, 아빠엄마도 일찍 와야 돼! 늦게 오면 내공연 못 보는 거 알지?"
"알겠어. 꼭 일찍 갈게"
크리스마스의 이브.
반나절 근무의 끝으로 내 마음이 설레어 버린다. 버스를 기다리며 집으로 가는 길. 다행히 비가 그치고 날씨도 추워지지 않았다. 한 명씩 한 명씩 집으로 하원하며, 막내의 공연장으로 출발하였다. 상자에 들어있는 언니들의 작은 선물.
공연 20분 전, 부모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들어오며 분위기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자리를 잡고 앉아 떠들썩 거리며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3호의 표정이 시무룩 해졌다.
"3호 왜? 갑자기 기분이 번쩍 거리지?"
"택시에 선물상자 놔두고 내렸어."
"뭐? 왜 그래. 잘 챙겨야지."
"엄마가 빨리 내리라고 해서 두고 내린 거잖아."
속에서 부글부글. 마녀가 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 기사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기사아저씨가 다음 손님 모신 후 와주신다고 했다.
"3호, 택시아저씨가 와주신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분 풀어. 우리 재미있게 보고 가자 알았지? 엄마가 받아올게."
막내의 공연이 시작되고 내손과 정신은 폰으로 향했다. 막내의 약속으로 꼭 온다는 신랑이 회사의 갑작스러운 돌발로 오지 못했다. 다시 울리는 전화.
"손님 내린 후 가려고 합니다. 가는 곳까지 택시주행비는 주셔야 합니다. 괜찮을까요?"
"네. 감사합니다."
택시기사님을 만나러 잠시 나와 선물상자를 받았다. 주행비가 왕복택시를 탄 금액이지만 3호의 애절한 마음에 나는 아깝지 않았다.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막내의 공연을 응원하며 보았다. 내년이면 우리 막내도 마지막 공연이 될 텐데, 사회자의 말에 벌써부터 내 마음이 뭉클해진다.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막내가 나를 보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는?"
"아빠는 갑자기 회사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해서 동영상으로 보여줬어. 오늘 예쁘게 잘했네? 우리 놀러 갈까?"
"좋아!"
"얘들아, 우리 밥 먹고 노래방 갈까? 그리고 카페 갈까?."
1호가 잔뜩 기대하며,
"엄마커피는 내가 살게!"
오늘 택시비만 와장창창 깨지지만, 아이들의 깔깔깔 웃음소리에 아깝지 않았다. 또 1호가 선물추첨으로 받은 프라이팬세트가 있어 더 아깝지 않았다. 집에 들러 짐을 놔두고 나오는데,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가자며 제안을 했다.
"택시 타고 가도 되는데?"
"우리 버스 타고 가고 싶어. 그리고 더 재밌게 놀자!"
"오케이. 접수! 4호 잠 올 텐데 괜찮겠어?"
택시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막내가 입을 열었다.
"나 잠 안 와! 놀 수 있어!. 근데 엄마 오늘 화장했어? 나도 했는데, 왜 이렇게 예뻐!"
역시 4호의 쏙 들어가는 보조개애교에 내 마음이 살살 녹아 떨어진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노래방을 들려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며 촬칵촬칵 추억을 남겼다.
"여보, 어디야? 운동 끝나면 우리 데리고 집으로 가."
"그래. 알겠어. 이따 보자."
"우리 조금 더 놀고 카페 있을게."
크리스마스이브날이라, 모든 거리가 북적북적했다. 카페에 앉아 주문을 기다리는데 막내와 아이들이 지쳤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포장해 가기로 했다. 신랑을 만나 집으로 가는데 막내가 물었다.
"아빠, 오늘 오기로 했는데 왜 못 왔어?"
"아빠도 가고 싶었는데 일이 갑자기 또 생겨서 못 갔어. 미안해 4호."
"괜찮아. 오늘 진짜 재밌었어."
집으로 도착 후, 4호가 여기저기 선물상자를 열어보며 아빠에게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주었다. 그리고 찍은 동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늘은 이브날이라 아이들이 새벽을 넘기며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영화를 보며 하나, 둘, 잠자리에 들더니 아침 10시까지 푹 자버렸다.
25일 크리스마스. 제법 바람이 불며 이브날과 달랐다. 감기기운이 살짝 있는 2호.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나는 요리를 시작했다. 김밥을 먹고 싶다던 2호를 위해 후다다닥. 그리고 처음으로 사는 돼지갈비찜. 한 명씩 식탁으로 어슬렁거리며 아이들이 맛있다며 먹고 또 먹고, 맛있게 먹어주니 내 마음도 스마일. 하루가 금세 뚝딱 가버리고 저녁이 되니 바람소리가 더 싸하다. 오늘따라 곰처럼 먹고 자고 일어난 신랑.
"바람소리가 장난 아닌데? 불짚여야 하지 않아?."
"좀 짚일까?. 같이 나가자."
"그래. 유자민트시켜줄게."
스벅에서 따뜻한 음료를 시킨 후, 밖으로 나갔다. 후들후들. 손끝이 시리고 코끝이 찌잉해져온다. 신랑이 장갑 없냐는 말에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완전 무장을 하며 신랑옆에 앉았다. 위에 3겹, 바지 3겹. 그리고 가죽장갑.
"아. 따뜻하다. 오늘따라 불 화력이 장난 아니네?."
한참을 불멍을 하며, 매번 이 추운 날 불 피우며 떨었을 신랑이 안쓰러워진다.
'고마워. 따뜻하게 짚여줘서. 앞으로도 잘 부탁해.'
집으로 들어와 유자민트를 먹으며 아이 들노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2호, 3호, 4호 갑자기 인간트리를 만드는 게 유행이라며 나에게 부탁을 했다. 트리에 있는 장식을 후루룩 하더니, 서프라이즈를 보여주었다.
"짜잔, 서프라이즈. 인. 간. 트. 리."
"아악 하하하하."
한참을 1호와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끼가 많은 녀석들이 춤을 추며 마무리를 했다.
크리스마스의 엔딩은 인간트리.
얘들아, 25년 크리스마스는 해피엔딩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