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부터 인식론을 정초 하고자 하는 가설>
우리는 사랑만이 의미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모든 가능성 밖에서 모든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해야 한다.
«Il faut aimer pour connaître(; 알기 위해서 사랑해야 한다.»(Guillaume de Saint-Thierry; 기욤 드 생-티에리).
알기 위해서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사랑함이 진정한 앎을 가능하게 함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사랑함으로 우리의 가장 가난한 앎조차도 존재할 수 있음을, 스스로는 불가능성 속에 머물며 가능성을 내어주는 것임을 말한다.
근원적인 현상(l'apparaître en tant qu'apparaître; 나타남으로써의 나타남)의 인식론은 그러므로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다. 동의어를 나열해 보자.
불가능성: 전적으로 새로운 사건, 근원적 현상, 나타남, 순수한 고통, 시간의 바깥, 순간, 영원, 진리
가능성: 응답의 책임, 머뭇거림, 부끄러움, 불안
불가능성의 가능성: 사랑, 순수한 고통을 끌어안음
가능성의 불가능성: 잡히지 않는 것을 그러잡음, 망각을 은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