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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어들

단어 39

: 말과 글

by 유영

난처하다. 나의 글이 비현실적임을, 말이 삶의 의미에 가닿지 못하여 발버둥 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글과 말에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없음에 두려움을 느낀다. 페소아가 말하듯이 말한다는 것은 새롭게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새로움은 나와 이질적인 생물이기 때문이다. 나를 드러낸 문장의 이질감은 혐오스럽다.


삶의 의미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의미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만 삶의 의미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취소의 말을 하겠다. 역설로서만 나를 말하겠다. 쓰여진 문자들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만이 진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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