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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어들

단어 44

: 따뜻함과 애도

by 유영

«날카로운 말들, 살을 베는 것 같은 말들은 그 자체로 아프다. 그러나 그보다도 내가 소망할 수 없는 온기가 더욱 아프다. 날카로운 말은 살을 베어내지만 바랄 수 없는 따뜻함이 주는 아픔은 살의 전부를 태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그러한 온기에는 이름이 붙어야 한다. 그리고 그 온기가 이름에 스며들어 작은 불꽃을 만들고 모두 태우기 전에 새롭게 외쳐야 한다. 그러면 그 온기는 사라지고 이름만 남는다. 그러면 아프지 않다.»


작년 이맘때쯤 따뜻함에 대해 썼다. 따뜻함, 온기는 하나의 생명 없는 이름뿐인 것이 되기를 소망하였다. 의미를 애도하기 위해서는 매번 이 온기가 주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잃어진 것과 마주해야 한다. 삶에서 어떠한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쉽게 마주하고 애도할 수 없었다. 진정 내가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것 말고는 진실하게 걸어가는 길에 대하여 모른다.


지금 이름뿐이길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언젠가는 마주하고 그 삶의 따뜻함, 부드러움, 차가움, 고통의 소중함을 기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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